[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는 원래 고대 그리스 시대 원형 경기장과 같은 곳에서 연극이 올려질 때 그 무대 바로 앞 음악과 노래가 울려 퍼지는 공간을 일컬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오페라가 공연됐을 때까지도 무대와 청중 사이에 악기 연주자들이 자리 잡는 공간을 오케스트라로 불렸다.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연주 단체를 뜻하는 말이 된 건 1767년 루소가 ‘음악사전’에서 오케스트라의 정의를 ‘여러 악기의 집합체’라고 처음 쓰면서부터다.

오케스트라는 규모에 따라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쳄버 오케스트라로 나뉜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규모가 가장 큰 오케스트라로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형태다. 보통 50명에서 많게는 100여 명 연주자가 함께 하며 바이올린·비올라 등의 현악기, 플루트·피콜로 등의 목관악기, 트럼펫·호른 등의 금관악기, 팀파니·심벌즈 등의 타악기로 구성된다. 쳄버 오케스트라는 현악기 위주로 20~30명 정도로 규모가 작으며 지휘자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더 세밀하게 분류하자면 현악기로만 구성된 스트링 오케스트라, 목관악기로만 구성된 윈드 오케스트라, 금관악기로만 구성된 브라스 밴드가 있다.


무대 위 악기배치는 연주하는 곡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지휘자를 중심으로 현악기군이 앞, 관악기군이 뒤에 자리하고 맨 뒤쪽 타악기들이 위치한다. 지휘자가 보는 악보를 총보(Score·스코어)라고 하는데 맨 위부터 목관·금관·타악기·하프·현악기 순으로 선율이 그려져 있다. 현악기가 가장 밑에 위치한 이유는 오케스트라의 기초가 되는 악기군이기 때문인데, 오케스트라 악기편성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현악기이기도 하다. 사실 악기배치는 악단의 전통이나 지휘자의 취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중요하고 바삐 움직여야 할수록, 음량이 작은 악기일 수록, 같은 악기 중에서는 서열이 높은 연주자일수록 지휘자와 가까운 곳에 앉는 것이다. 만약 지휘자와의 거리가 같다면 객석에서 볼 때 대체로 음정이 높은 악기는 지휘자 왼쪽에, 낮은 소리를 내는 악기는 오른쪽에 앉는다.

단원들이 앉는 자리는 꽤 중요하다. 자리에 따라 서열·직급·연봉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입단할 때부터 오디션을 통해 수석·부수석·평단원 등으로 자리를 명시한다. 일례로 현악기는 두 명씩 보면대를 함께 사용하는데 객석 쪽 단원의 서열이 높다. 이 단원이 연주하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악보를 넘겨야 한다. 이러한 오케스트라의 몇 가지 지식을 독자들께서 기억한다면 더욱 즐겁고 흥미롭게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할 수 있을 듯 하다.

류정필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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