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11일 김 회장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 회장과 투표 전 ‘밀어주기 담합’을 한 최덕규(66)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등 3명은 구속기소, 10명은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김 회장과 최 조합장은 측근들 간 논의를 통해 두 사람 중 결선투표에 올라간 사람을 ‘밀어주기’로 사전 합의를 했다. 지난 1월 실시된 선거에서 최 조합장은 1차 투표에서 3위로 탈락했다. 이후 최 조합장 측은 결선투표 전 대의원 107명에게 ‘김병원을 찍어 달라. 최덕규 올림’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김 회장과 최 조합장은 손을 맞잡고 투표장 안을 돌면서 김 회장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1차 투표에서 2위를 했던 김 회장은 결선투표에서 이성희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검찰은 결선 투표에서 최 조합장 지지자 대부분이 김 회장에게 투표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측근을 동원해 유력 일간지에 본인의 기고문이 게재되도록 하고, 이 신문을 대의원들에게 보내거나 내용을 문자로 발송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받는다. 김 회장의 측근들은 선거 대책을 논의하면서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회장은 또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었던 지난해 6월 전국 대의원 100여명을 직접 접촉해 지지를 호소하는 등 위법을 저지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사정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명의의 대포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의 선거 업무를 담당한 측근들이 지난해 12월 인터넷 언론사 대표에게 부탁해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허위 기사를 작성·보도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회장은 기사가 게재된 날 “이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다니면서 활용합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측근들에게 보내 선거운동을 하도록 했다.
김 회장과 최 조합장 측은 검찰의 수사가 착수되자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교체, 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 핵심 공범 2명은 잠적한 상태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김 회장과 최 조합장 간 사전 연대가 있었다고 했지만, ‘밀어주기’를 한 최 조합장에 대한 대가나 약속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선자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해 혐의를 규명, 엄단함으로써 당선되더라도 선거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을 제고했다”고 수사 의의를 밝혔다.
/진동영·이완기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