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장르에 상관없이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온갖 기술을 총망라한 이종격투기가 격투기 시장을 평정했듯 금융시장도 채널에서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회장은 업권별 법률이 아닌 통합 자본시장법을 적용 받는 증권·자산운용 등 금융투자산업은 시장에 익숙하기 때문에 변화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자본시장법도 변화에 맞게 원칙 중심으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 회장은 현재의 증권업이 처한 상황에 대해 “굉장히 어렵다. 비전도 없고 영업 방식도 과거의 위탁영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할뿐더러 새로운 사업 모델이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업이 시장 변화에 맞춰 새로운 사업 모델에 뛰어들어 제 몫을 하려면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규제가 변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증권업 전반의 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선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가 조속히 허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회장은 “증권사들이 기업체에 지급결제, 외화 송금, 회사채 발행 등 종합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계좌조차 만들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증권사들의 법인 고객에 대한 영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지급결제 업무를 위해 지난 2009년 금융결제원 가입비로 3,375억원을 낸 바 있지만 여전히 개인 고객에게만 지급결제가 가능하다. 황 회장은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된 대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 규제도 풀어야 한다며 “레버리지비율과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업무 사안마다 들어와 있는 규제를 포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황 회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기준에 대해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 IB)의 기준인 3조원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일각의 관측대로 5조원으로 상향하면 이를 만족할 수 있는 증권사가 단 한 곳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