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황교안 총리의 방중 시점이 새삼 논란이다.
황 총리는 지난 6월26∼30일,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 기간에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한중 총리회담 및 만찬을 가졌고(6월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했다(6월29일).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이달 8일에 발표했으니 황 총리는 불과 열흘 전에 방중해 중국 최고위층을 잇달아 만난 것이다.
사드 배치 발표 직전에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으면 이러이러한 결정이 조만간 내려질 것이라고 귀띔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황 총리가 중국을 찾았고 그를 만난 중국 고위층들은 장시간에 걸쳐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외교·안보 등 외치(外治)를 담당하는 시 주석이 사드 배치계획을 ‘신중하고 적절하게’ 고려해줄 것을 촉구한 것은 물론이고 경제 등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리 총리까지 40분에 걸친 황 총리와의 회담에서 무려 절반인 20분을 사드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외교관계에 있어 좋은 일이라도 일방이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채 공식 발표하면 상대국은 머쓱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상대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우려하는 사안을 이런 식으로 다룬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자국을 찾은 황 총리를 극진히 대접했다. 의전이나 경호에 있어서 최정상급 대우를 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정상급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던 동북3성 지역까지 공개했다. 시 주석은 “북한의 병진 노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북한 비핵화를 강조했고 리 총리는 “(한국 기업들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정부의 요청을 들어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불과 열흘 후,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를 접한 중국은 서운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럴 거였으면 박근혜 정부는 황 총리를 중국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면 총리 방중 직후임을 감안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사드 배치 발표를 했어야 한다.
정부는 황 총리의 중국 방문에 대해 “한중 간 최고위급이 지속적으로 만나 관심사를 협의하는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과연 오는 15~16일 몽골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리 총리와 이 같은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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