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기단’이라는 부제로 좀 더 친숙한 ‘나우 유 씨 미’ 시리즈는 이러한 마술의 속성과 가장 닮아있는 영화다. 시작과 갈등, 결말에 이르기는 이야기 대부분이 예측 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황홀하다. 카메라 기술이 들어갔음이 분명한 화려한 변장 마술, 짜고 치는 고스톱이 틀림없는 최면술…. 눈이 돌아갈 정도로 현란한 환상 뒤에는 알고 나면 시시할 여러 기술과 장치가 사용됐으리라 짐작하면서도 저도 모르는 사이 주먹을 꽉 쥐고 집중하게 된다. 그야말로 신 나는 쇼 타임. 무더운 여름 딱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영화는 2013년 개봉해 슬리퍼 히트(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기록한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의 속편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등장하는 ‘포 호스 맨’은 눈을 현혹하는 마술로 자본가의 돈을 훔치는, 말하자면 마술사로 구성된 범죄 집단이다. 1편에서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포 호스 맨’의 활약과 이들 뒤에 숨어 있는 조력자 FBI요원 딜런(마크 러팔로 분)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됐다면 이번에는 다음 이야기를 다룬다. 거대한 사기극을 펼친 후 숨어지내던 ‘포 호스 맨’이 다시 등장, 팬들 앞에서 화려한 마술 쇼를 펼치려던 순간 함정에 빠져 모두의 정체와 트릭이 공개될 위기에 처한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하긴 했지만 그들이 닿은 곳은 지구 반대편의 마카오.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IT 업계의 거물 월터(다니엘 레드클리프 분)가 그곳에 나타나 세상 모든 컴퓨터를 콘트롤할 수 있는 카드를 훔치라고 그들에 강요한다. ‘포 호스 맨’은 위기를 극복하고 마술사기단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관객마다 다를 것 같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전편을 따라가기에 예측이 쉽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점은 어쩔 수가 없다. 대신 속편은 스케일에 승부수를 걸었다. 좀 더 강력해진 적, 좀 더 화려해진 마술, 좀 더 다채로운 사건·사고를 치밀한 연출로 짧다면 짧은 2시간의 러닝 타임에 꽉꽉 채워넣었다. 미국, 시드니, 마카오, 런던 등 대륙을 오가며 펼쳐지는 마술 쇼와 액션은 관객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하다. 특히 마술적 부분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는데, 대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덕택으로 보인다. 빗방울을 멈추는 마술, 눈 깜짝할 사이 복장과 외모가 바뀌는 변장 마술 등은 스크린으로 보지 않으면 아까운 쇼다.
시리즈의 자랑은 캐스팅에 있기도 하다. 여러 작품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선보여온 제시 아이젠버그를 비롯해 ‘멘탈리스트’ 연기를 감쪽같이 펼친 우디 해럴슨, ‘비긴 어게인’, ‘어벤저스’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마크 러팔로, 말이 필요없는 배우 모건 프리먼과 마이클 케인이 속편에서도 다시 뭉쳤다. 새 얼굴도 만날 수 있는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역 다니엘 레드클리프와 아시아 톱스타 주걸륜이 합류해 재미를 더한다. 12일 개봉.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