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갈등 2라운드] 美, 中 철강에 관세 예비판정…영유권 분쟁, G2 통상전쟁으로 확전

美 '中 시장경제국지위 부여' 거부권 가능성 배제못해
中도 판결 배후로 美 지목…자국내 美기업 규제할 수도
中 "행동으로 국제법 수호" 美 "남중국해 외면 않을 것"

1415A02 최근 미중간 교역 갈등 일지
1415A02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추이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재 판결이 나온 1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판과 띠강에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 제품 생산자와 수출업자가 중국 정부로부터 적게는 57.3%에서 많게는 193.12%의 보조금을 받았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미묘한 시점에서 나온 미 상무부의 이번 판정이 남중국해발 미중 갈등 확전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PCA 판결로 세계 주요2개국(G2)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의 전선이 확대될 조짐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남중국해 해상에서 시작된 미중 간 분쟁의 불똥이 통상 이슈로 번지면서 두 나라 간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필리핀 손을 들어준 판결이기는 하지만 중국은 미국을 배후세력으로 지목, 전방위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큰 탓이다. 미국으로서도 이번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로 유리한 기세에 올라선 만큼 통상과 금융 이슈 등 경제적 이해 문제에 대중 압박을 강화할 태세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 스파이 활동으로 중국군 장교 5명을 기소하며 시작됐던 지난 2014년 미중 통상 분쟁 못지않은 무역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전쟁으로 불똥 우려=중국은 이번 판결이 자국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해양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 경제적 이해의 손상으로 이어질 것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양국 간 대결 국면에서 이번 판결로 수세 상황에 몰린 만큼 상대적으로 손쉬운 재료인 통상 이슈를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 회생의 최대 복병인 중국이 무역 마찰 등 경제 이슈를 매개로 심술을 부릴 경우 미국으로서는 마냥 강공으로 밀어붙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번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 여세를 몰아 위안화 환율조작 의혹과 과잉공급 중국산 철강 문제 등 통상 마찰 사안에 대해 대중 압박 고삐를 바짝 죌 기세다. 실제로 연초 이후 양국 간 갈등 가운데 통상 마찰은 영유권 분쟁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양국을 이미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철강·반도체와 닭고기까지 도마에 올리며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 통상 마찰에 영유권 분쟁이 기름을 붓는 격이다.


미국은 올해 5월 중국산 저가 제품 탓에 자국 철강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서 중국산 냉연강판(522%)과 내부식성 철강제품(451%)에 강도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를 상대로는 북한 등과의 거래관계 의혹을 이유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무엇보다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이어 중국에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연말 시장경제국지위 부여 이슈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카드도 활용할 공산이 크다. 반면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자동차·제약사 등과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

◇美-中, 독기 어린 설전으로 전운 고조=PCA의 판결 당일에 이어 13일에도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을 향해 맹비난을 펼치며 전운을 한층 고조시켰다.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중국은 남중국해 위로 방공식별구역(ADIZ·영공에 접근하는 항공기를 통제하기 위한 가상의 군사선)을 선언할 권리가 있다”며 “이미 동중국해 상공으로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바 있다”고 국제사회를 향해 위협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다른 국가들이 중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하며 남중국해가 전쟁의 원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 중국의 실효적 지배권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물리적 충돌까지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태 담당 선임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남중국해에 최고의 국가 이익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우리는 어떤 다른 분야 협력의 대가로 이 필수적인 수로를 절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이번 중재 판결은 분명한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뤄졌다”면서 “힘이 곧 권리임을 대놓고 선언한 이번 중재 판결을 거부한다”고 맞받아쳤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군사적 대응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관영 해방군보는 이날 “중국군은 행동으로 국제법을 수호할 것”이라며 “영토에 대해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보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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