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호텔 천정로비에 설치된 데일치훌리의 피오리디꼬모 작품/ /사진출처 www.bellagio.com
‘피오리디꼬모’는 미국의 유리조형작가 데일치훌리(Dale Chihuly)의 작품이다. 한때 필자는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 아시아독점권을 가지고 오픈했던 미국계 화랑에 몸을 담고 있었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피오리디꼬모’는 수작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에선지 이 작품은 벨라지오 호텔의 자랑거리 두가지 중 하나가 됐다. 또 다른 자랑거리는 그 유명한 호텔앞 ‘분수쇼’다.
세계적인 유명작가의 작품일수록 미술관이나 비엔날레 등 전시 기간과 시간에 맞춰 전시장을 찾아야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관광객이나 투숙객들은 호텔 내에 설치되어있는 작품들을 시간에 구애 없이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투숙객들은 유명작가의 작품들을 자신들이 묵는 호텔에서 보면서 ‘좋은 호텔에서 내가 숙박하고 있구나’라는 만족감을 얻는다. 호텔 또한 자신들의 명성을 높이고자 다양한 유명작품들로 자신들의 격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고객의 만족이 높을수록 호텔은 자신들의 이미지 마케팅에 성공한 셈이다.
이같은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봄 필자가 기획했던 전시의 참여작가였던 이헌정 작가 역시 그의 작품이 서울 포시즌스 호텔 로비와 호텔 신라의 초호화 VIP룸인 프레지덴셜스위트룸에 소장되어 있다. 호텔 신라의 프레지덴셜스위트룸은 ‘예술의 방’이라 불릴 정도라 여기에 소장된다는 사실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작가에게는 명성을 확인하는 것이고, 호텔 입장에서는 호텔의 격조를 드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작가와 호텔 모두에게 시너지를 주는 콜라보레이션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반드시 유명작가의 작품을 설치해야 호텔의 격조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호텔 마다의 독특한 콘셉트에 걸맞는 작품이라면 충분히 호텔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실제 이런 차별화를 시도하는 호텔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켄싱턴 제주호텔은 건물 자체를 미술관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호텔 곳곳에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지만, 그 외에 호텔 내에서 기획 전시를 만들고, 호텔 내에 큐레이터가 갤러리 투어프로그램을 이끈다.
이달 속초 대포항 앞 그랜드오픈하며 운영에 들어간 라마다 속초호텔 로비에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작가의 작품이 아닌, 신진작가 에이림의 작품이 걸렸다. 그녀의 그림은 에너지 가득한 푸른 스펙트럼의 바다와 물결의 청량함이 담겨 있다. 바다 앞에 위치한 호텔의 특성과 잘 어울린다. 이 호텔을 찾은 투숙객의 추억 한 부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가지 첨언하자면 예술품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기업의 이미지나 콘셉트에 한정되지 않는다. 국가의 격까지 올려준다. G20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있었던 2010년, 정상들이 묵었던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룸 TV화면에서는 이이남 작가가 김홍도의 묵죽도를 재해석해 완성한 미디어 아트가 웰컴영상으로 등장했다.
/박소정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