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한 선택은 꿈을 유지한 채 적당히 취업 활동을 하면서 눈앞의 아르바이트에 최선을 다하는 생활이었다. 그러면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고, 아직 아무것도 잃지 않은 셈이 된다(과자 제조업체에서 중견 식품회사로 이직한 30살 나카무라 유카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인 ‘취업빙하기’에 일터로 첫걸음을 내디딘 이들은 종신고용이 사라진 일본 사회에서 어렵게 취직을 했지만, 한 번 이상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다.
회사가 한 개인의 인생은 책임지지 못해도 경제적 울타리가 돼 주던 시절이 끝나면서 젊은이들은 취업한 이후의 상황을 걱정하게 됐다. 취직 후에도 월급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게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 일하지 않는 이유, 일할 수 없는 이유’에서 취업 시장에서 내쳐진 청년들 또는 거부한 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저자는 신간 ‘직업표류’에 이처럼 취업 이후 흔들리고 이에 따라 다른 회사로 이동한 ‘일하는 젊은이’ 8인을 취재한 내용을 담았다.
책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은 좋은 학벌에 뛰어난 ‘스펙’으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곳에 취업을 한 이들이다. 저자는 ‘좋은 대학에서 좋은 취직’을 쟁취하고 기업 조직 속에서 곧 20대를 마감하는 젊은이들이 그동안 어떤 세계를 보았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고민하고 갈등했다. 경제불황으로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할 곳을 찾았지만, 또다시 어려운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그간 생각하지 못했거나 취업이라는 우선 순위에 밀려 꺼내지 않으려 했던 취업 너머의 이야기를 건넨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속내를 듣다 보면 취업뿐 아니라 취업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로 인해 불안감은 더욱 커지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침체에 빠져든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판박이처럼 닮아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취업을 했다 해서 끝나지 않는 문제도 일본과 유사하다. 고도성장기에는 회사와 함께 개인 역시 커갔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취업과 함께 소모돼 간다는 인식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으며, 해외 취업이나 이민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저자는 “그들의 눈에 보인 회사의 모습이나 가슴에 담긴 생각을 조금이라도 기록하는 행위는 앞으로 또 몇 번이나 닥칠지 모르는 취업빙하기에 대비한다는 의미로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편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읽을 만한 책도, 희망과 열정을 이끌어 내는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20대에게는 취업 그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는 현실과 진실을 일러주며, 30대의 직장인에게는 공감과 함께 현실적인 조언이 될 만한 내용을 알려 준다. 1만5,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