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부채 시가평가, 경과조치 등 통해 연착륙시켜야"

조재린 보험硏 연구위원, 보험 CEO·경영인 조찬회서 밝혀
준비금 추가적립, 계약이전·전환 제도 도입 검토도 필요

저금리로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까지 도입될 경우 국내 보험 시장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시행시기 및 방법 추가 검토, 경과조치 도입 등을 통해 제도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 준비금 추가 적립, 계약이전·전환·조건 변경 등 보험사들이 저금리 환경에서 건전성을 제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됐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험 CEO 및 경영인 조찬회에서 ‘주요국의 저금리 정책 대응 및 시사점’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하고 있다”며 “예정 이율 및 운용자산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보험상품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저금리 환경에서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이 예정되면서 보험사들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고 조 연구위원은 밝혔다.

그는 “보험시가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IFRS4 2단계는 산업간 비교 가능성을 높이고 보험회사의 경제적 실질 표시를 가능하게 하는 등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고금리 확정형 계약이 많은 국내 보험사들의 부채 구성을 볼 때 지급여력비율 급락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일본 대만, 독일 등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금리 환경에 놓이고 대책을 마련했던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조 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들어 자산 가격 급락, 금리 하락, 보험사 부실 우려에 따른 해약 급증 등이 맞물리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생보 7곳, 손보 2곳이 파산했다. 이에 따라 일본 보험업계는 고금리 상품에 대해 준비금을 추가 적립하는 방식으로 금리 역마진 극복에 나섰다. 또 가격 자유화를 통해 이차역마진을 위험률 차익으로 보전했다. 이에 더해 2003년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사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했을 때는 예정 이율 변경 등 계약 조건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만 보험업계 역시 과거 금리 확정형 저축성 상품을 주로 판매했다가 금리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만 보험업계는 2000년만 해도 투자 수익률이 5.1% 수준이었으나 2013년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대만 금융당국은 해외 투자 부문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사들의 활로를 열어줬다. 대만 보험업계의 해외투자 한도는 1992년만 해도 총자산의 5%였으나 2007년 45%로 확대됐고, 대만에서 거래되는 외화표시 주식과 채권 등에 대한 투자도 허용됐다. 또 특수목적회사나 식탁계약을 통해 중국 본토를 포함해 해외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2014년부터 보험상품 전환을 허용해 계약자가 생명보험을 연금, 건강, 장기간병보험 등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험사들이 고금리 상품으로 인한 역마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했다.

조 연구위원은 “대만 역시 오는 2018년 자산 및 부채 시가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RBC2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새로운 제도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경과조치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양로, 연금 등 저축성 상품 판매가 많았던 독일이 참고 사례로 소개됐다. 독일은 2011년 고이율상품으로 인한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금리준비금(ZZR)을 도입, 보험사들이 향후 15년간 현금 흐름에 대해 참조이율로 재평가해 준비금을 추가로 쌓도록 했다. 또 ZZR이 순이익을 초과하는 경우 주주배당을 제한할 수 있도록 생명보험개혁법을 2014년 개정했고, 계약이전 관련 제도를 정비해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계약 이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조 위원은 “시장 환경 및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지급여력제도의 시행 시기, 경과조치 등에 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일본은 재무건전성 개선에 20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고, 대만은 신지급여력제도 시행에 앞서 경과조치를 도입하려고 하는 등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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