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본격화, 夏鬪에서 살아남는 법]열대야 속 '꿀잠' 간절하다면...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노약자·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열사병 등 온열질환 걸리기 쉬워
낮 시간대 강한 직사광선 피하고
전해질 풍부한 수액 충분히 보충
수분 흡수 막는 고당분 섭취 금물
과도한 에어컨 사용도 자제해야

서울 성동구 서울숲공원을 찾은 학생들이 조형물 안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권욱기자
낮에는 불볕더위로, 밤에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무뎌진 장마전선 이후 본격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지난 5월부터 7월12일까지 모두 33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명은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기후 역시 아열대로 변해가면서 폭염 시작 시점이 빨라지고 지속 기간도 길어진 만큼, 더 이상의 온열질환 발생과 인명피해가 없도록 개인별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특히 불볕더위로 인한 사망자는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 평소 질환을 앓고 있던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노약자와 만성질환자들은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열(熱)이 주는 각종 질환=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으로 발생되는 병에는 크게 일광화상·열실신·열경련·열피로·열사병 등이 있다. ‘일광화상’은 뜨거운 햇볕에 장시간 노출된 지 4∼8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빨갛게 되고 통증이 느껴지며 물집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글자 그대로 햇볕에 화상을 입는 것이다. 일단 이 같은 증상이 생기면 찬물로 찜질하면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먹는 것도 방법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여름날에는 오전11시부터 오후3시까지 내리쬐는 강한 직사광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열실신’은 혈액 용적이 감소하고 말초 혈관이 확장돼 생기는 가벼운 실신증상이다. 대부분의 단순 열실신은 호흡이나 맥박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시원한 곳을 찾아 머리를 낮게 한 상태로 안정을 취하면 회복된다. 증세가 심하면 수액을 보충해주는 것도 좋다.

‘열경련’은 폭염 속에서 장시간 운동 후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발생하는 근육 경련을 일컫는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 전해질이 들어 있지 않은 물만으로 수액을 보충해 저나트륨증이 오면 흔하게 생긴다. 열경련이 발생하면 우선 시원한 곳에서 해당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전해질이 포함된 수액을 먹거나 정맥 투여하면 회복된다.


흔히 ‘열탈진’이라고도 하는 ‘열피로’ 역시 흘린 땀에 비해 수액보충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어지럼증·피로·오심·무력감 등이 생기며 발열·발한·홍조·구토·(정신)혼미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열피로’ 증상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되면 ‘열사병’이 된다. 열피로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나 외려 땀이 나지 않고 오심·구토가 심하며 의식변화가 있다는 것이 열피로와 다른 점이다. 보통 체온이 40도를 웃돌기 때문에 찬물·얼음물 등으로 급속냉각을 시키면서 강제로 체온을 떨어뜨리고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태양을 피해야 하는 이들=열에 대한 방어기전이 떨어져 열 질환에 훨씬 취약한 노약자들은 여름철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노인들이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약은 심장 기능을 억제해 폭염에 맞서는 능력을 더욱 떨어뜨리게 한다. 독거 노인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해 에어컨 등 냉방 장치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좁은 방에서 충분한 수분섭취 없이 지내기 때문에 무덥고 습한 날씨가 며칠씩 계속되면 열사병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노인뿐 아니라 심장 기능이 저하돼 체온이 오르더라도 심박출량을 증가시킬 수 없는 사람, 피부에 광범위한 화상을 입거나 피부 질환이 있어서 땀을 흘리지 못하는 체표면적이 넓은 사람도 열사병에 주의해야 한다. 정신질환 혹은 피부질환과 연관된 약 중에는 땀을 흘리는 기능을 억제하는 성분이 든 약이 다수 포함돼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 환자 역시 무더위 속에 소변량이 많아지면서 체내 수분 부족을 겪고 체온조절력까지 바닥으로 떨어져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여름나기 이렇게=땀을 많이 흘렸다고 해서 소금을 직접 섭취하거나 당분이 과다하게 함유된 주스를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혈중 염분 농도가 갑자기 높아지면 오히려 심한 갈증과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고 고당분은 수분 흡수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생수·이온음료·수분과 전해질이 풍부한 과일이나 야채를 가볍게 먹는 게 바람직하다. 열대야로 숙면이 힘들다면 잠들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게 좋다. 땀구멍이 열리면서 체온이 내려갈 뿐 아니라 사람을 각성시키는 교감신경이 진정돼 기분 좋게 잠이 들 수 있다. 덥다고 너무 찬물로 샤워하면 오히려 중추신경이 흥분할 뿐 아니라 피부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했다 확장되는 생리적 반작용까지 생겨 외려 체온이 올라가게 돼 잠들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잠자기 전 수박이나 음료수 등 수분을 너무 많이 먹거나 커피·담배·초콜릿 등을 즐기면 뇌를 자극해 잠을 방해하므로 섭취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김선미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열대야 현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체온과 외부온도 사이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옷을 과도하게 벗지 말고 선풍기나 에어컨 역시 우리 몸에 강하게 쏘이는 것보다 약간 더운 것을 느낄 정도여야 한다”며 “미지근한 물로 샤워 후 물기를 완전히 닦아내지 말고 적당히 물기를 남겨 증발시키면 열을 잡고 이동하는 비열이 가장 높은 물의 특성상 우리 몸의 체열도 쉽게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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