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장순욱 부장판사)는 대만 국적 왕모(58)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국적신청을 허가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왕씨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만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왕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쭉 살아 왔다. 그는 2014년 3월 법무부에 귀화를 선청했으나 올 3월 거부당했다. 1995년 마약류인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전력에 발목이 잡힌 것. 법무부는 이 마약 전력으로 인해 ‘품행 단정’이란 귀화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왕씨는 법무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20년 전 한 번의 범죄로 귀화를 불허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왕씨가 1995년 당시 마약 투약은 2회에 그쳤고 이후 장기간 한국에 살면서 아무런 범죄를 짓지 않았다”며 “한국 국민으로서 기본 소양을 평가하는 귀화면접 시험에도 합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왕씨는 국내에서 학업을 마치고 사업 활동을 하는 등 한국에 온전히 생활 기반을 두고 있고 그의 형제들은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점 등까지 고려하면 귀화불허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