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17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경기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KLPGA
고진영(21·넵스)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것은 1년 전이었다.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초청선수로 출전한 그는 박인비에게 3타 뒤진 단독 2위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출전에 덜컥 우승할 뻔했다. 최종 라운드 중반 이후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16번홀(파4) 두 번째 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는 바람에 더블 보기를 적었고 우승은 멀어졌다. 고진영은 펑펑 울었다.
1년이 지나 브리티시 여자오픈의 계절이 다가온 가운데 고진영은 쓰라린 기억을 끄집어내는 대신 짜릿한 기억 하나를 보탰다. 국내 투어 최다 상금 대회 우승이 그것이다.
고진영은 17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GC 하늘코스(파72·6,623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로 우승했다. 시즌 2승이자 통산 6승. 나흘 동안 계속 선두를 지키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다. 4월 첫 승 때도 와이어투와이어였지만 당시는 3라운드 대회였다.
최종성적
2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고진영은 버디 3개에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끝내 역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비마다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2라운드 강풍 예보에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만큼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던 고진영은 비바람에 거세게 몰아친 3라운드에는 “여기가 인천이 아니라 영국이라고 생각하자고 하며 경기했다”고 한다. 대부분이 타수를 잃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븐파로 3라운드를 선방하면서 고진영은 우승을 예감했다.
지키는 게 쉽지는 않았다. 마지막 날 같은 조 이민영과 막판까지 1대1 매치플레이를 방불케 하는 접전을 벌였다. 7번홀(파4)에서 어프로치 실수로 보기를 적어 1타 차로 쫓긴 고진영은 8번홀(파3)에서 먼 거리 버디를 얻어맞는 바람에 공동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이민영의 12번홀(파3) 보기로 다시 1타 차로 앞서 간 고진영은 17번홀(파4)에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 지었다. 2온에 실패한 이민영이 보기를 적는 사이 고진영은 4~5m쯤 되는 내리막 옆 경사의 까다로운 버디 퍼트에 성공했다. 13언더파가 된 고진영은 이민영과의 거리를 3타로 벌렸다. 앞 조에서 무섭게 추격전을 벌이던 정희원도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파에 그쳐 11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뒤였다.
올해 2회째인 이 대회의 상금 규모는 총상금 12억원에 우승상금 3억원이다. 올 시즌 상금 3억3,000만원으로 3위에 올라있던 고진영은 이 대회 우승으로 시즌 상금만큼을 ‘한방’에 거머쥐었다. 보너스로 주어지는 9,510만원짜리 BMW 뉴 X5 차량에다 3,300만원 하는 위블로 시계까지 받았다. 고진영은 장수연을 밀어내고 상금랭킹 2위(6억3,000만원)로 올라서며 2라운드 도중 기권한 상금 1위(7억원) 박성현을 위협했다. 고진영은 “우승상금은 보통 대회의 3배지만 기쁨은 10배”라며 “전날 밤에 우승 인터뷰하는 꿈을 꿨는데 꿈을 이뤄서 기쁘다”고 말했다. 28일 개막하는 올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엔 안 나간다. 그 다음 주 열릴 후원사 주최 국내 대회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다. 상금왕 욕심은 감췄지만 데뷔 동기인 박성현과의 타이틀 경쟁도 의식하지 않을 리 없다.
한편 최이진(21·삼천리)은 이날 16번홀(파3·165야드)에서 홀인원을 터뜨려 BMW의 1억9,200만원짜리 ‘750Li xDrive 프레스티지’ 승용차를 손에 넣었다. 웬만한 대회의 우승상금보다 더 큰 보상을 안게 된 것이다. 1억9,200만원은 최이진이 벌어들인 올 시즌 누적상금(1,298만원)의 15배에 가깝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