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백서 내놨지만 친박.비박 또 대립... "이한구 배후 등 다 빠져" vs "잘못 따질 때 아니다"

"두루뭉술하게 봉합" 지적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20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국민백서’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지난 4·13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국민백서’를 선거 후 석 달 만에 내놓았지만 계파 갈등을 우려해 책임소재 없이 ‘두루뭉술’하게 봉합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책임소재를 가려 다시 분란을 자초할 필요가 있느냐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지만 뼈저린 반성을 계기로 총선 과정에서 공천파동의 책임소재는 명확히 담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인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은 비박 쪽에서 강하게 나왔다. 반면 친박은 “잘못을 따질 게 아니다”라며 백서를 두둔해 친박·비박이 다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공개한 ‘국민백서’에 따르면 4·13총선 참패의 주된 원인으로는 △계파 갈등에 따른 공천 파동 △상향식 여론조사 공천 △수직적 당청관계 △대국민 소통 부재와 오만 △정책 부재 등이 꼽혔다. 그러나 이는 이미 총선 직후부터 언론을 통해 대부분 여러 차례 지적된 내용이어서 굳이 백서까지 발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주류인 친박계와 비주류인 비박계 중 어느 쪽에도 책임을 지우지 않는 등 구체적인 인적 책임론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한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의 독단에 책임을 지우는 대목이 포함됐다.


이에 8·9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막장공천의 책임을 이미 친박이 버린 이한구 한 사람에게 지우고 친박 패권이라는 구조적 배후와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 아쉽다”며 “이것으로 친박 패권의 몸통들에게 면죄부가 발부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에 대해 “(이번 백서로)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불출마를 거듭 촉구했다. 이번 백서로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난 서 의원이 내주 중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비박계 강석호 의원은 “백서라는 건 과거 잘못을 밝히고 반성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많이 빠져 있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친) 윤상현 의원의 막말, 진박 감별사 논란 등의 내용 등을 덮으려고 한 부분이 많다”고 비판했다. 반면 당의 주류로서 지난 총선 공천을 주도했던 친박계는 백서 발간을 양대 계파 간 갈등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양비론을 펴면서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대표에 당선되면 총선 백서를 다시 발간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어정쩡한 백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쟁점으로 떠올라 계파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이 백서는 새누리당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게 아니라 냉정하게 우리 현실을 파악해 미래로 전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이 어려워진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지상욱 대변인이 전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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