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화그룹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은 2·4분기 35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6월 한화 품에 안긴 이 회사는 위로금 지금 등의 영향으로 같은 해 2·4분기 79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나 짧은 기간에 전열을 재정비해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테크윈은 한화탈레스(옛 삼성탈레스)와 한화디펜스(옛 두산DST) 지분을 각각 50%, 100% 보유한 한화 방산 ‘이적생’의 맏형 격인 회사다.
사실 한화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선언한 지난 2014년 11월 당시만 해도 시장의 우려가 작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 등을 생산하며 회사 전체 매출의 65%가량을 차지하던 삼성테크윈 민수 사업 부문의 성장성이 정체된데다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 등으로 방산 시장 전체 분위기가 위축됐던 탓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왼쪽)
더구나 통상 간판을 바꿔 단 회사는 내부조직 안정화에 상당한 시간을 들이는 경우가 많아 한화의 방산 이적생들이 제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끊임없는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을 키워온 한화의 저력은 금세 발휘됐다. 인수한 지 채 1년도 안 돼 시장의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김승연(사진) 한화 회장은 지난 1985년 한양화학을 시작으로 한양유통(1986년), 대한생명(2002년) 등을 사들이며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한화테크윈이 도약에 성공한 배경에는 김 회장의 오랜 M&A 노하우가 담겨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해 말 한화테크윈을 인수한 뒤 6개월 만에 조직 재편에 나서 이 회사를 민수 부문과 항공·방산 부문으로 분리해 독립경영 체제를 도입하고 김철교 사장(민수 부문)과 신현우 부사장(방산 부문)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이에 대해 한화 안팎에서는 경영 효율화 측면도 있지만 공과 과를 분명히 해 신상필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직 재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직이 자리를 잡으면서 수주 낭보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12일 영국 판보로 에어쇼에서 한국형전투기( KF-X) 엔진 부품 국산화 사업을 위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와 손을 잡고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테크윈은 엔진 국내조립과 주요 부품의 국산화 사업을 사실상 전담하게 됐다. KF-X 엔진 사업규모는 체계 개발, 양산, 수출 및 후속 지원 등 사업 단계별로 총 4조원에 이른다는 게 방산업계의 추산이다.
한화탈레스는 이에 앞서 KF-X의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 우선협상대상 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KF-X의 ‘눈’에 해당하는 AESA 레이더는 적 전투기를 식별하는 필수적인 장비다. 한화탈레스는 내년 6월 1차 시제품을 만들고 오는 2018년 6월에는 2차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탄약 및 유도무기를 담당하는 ㈜한화와 엔진을 맡은 한화테크윈, 레이더를 전담하는 탈레스로 이어지는 방산업계 종합 라인업을 구축하는 게 김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다”며 “올 5월 장갑차 등을 생산하는 두산DST 인수까지 마무리 지은 만큼 방산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화의 차기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프랑스 탈레스사(社)가 보유한 한화탈레스 지분 50%를 한화테크윈이 마저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탈레스 인수 완료 이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설(說) 역시 끊임없이 등장하는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항공 산업에 진출하면 한화가 추진하는 방산 종합라인업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다는 점에서다. 한화는 올해 초 KAI 보유 지분 4%를 블록딜로 매각해 인수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으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여전히 한화를 인수 1순위 기업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일범·이종혁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