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장필화 이화여대 교수 "우리 사회 남녀평등, 아직 멀었다"

'생명·정의·사회 위한 여성학'이 대안
가부장제 등 문제에 하나씩 다가갈 것

장필화 이화여대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정년퇴임기념식에서 고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사회는 남녀 평등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지만 심층 의식에서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정년 퇴임하는 장필화(65)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가 지난 16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가진 고별강연에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며 32년간 정든 강단에서 내려왔다.

1984년 이화여대 여성학과 첫 전임 교수로 부임한 그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 부임한 여성학과 교수였다. 이후 32년간 한국 여성학의 태동과 발전을 이끌며 석사 300여명, 박사 40여명을 배출해 여성과 관련한 정책·운동·문화·예술 등 각계 전문가를 양성했다.

그는 법·제도나 통계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남녀평등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최근 일어난 여러 사건을 보면 의식의 표면에서는 남녀평등을 받아들인다는 이들일지라도 심층 의식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가부장제를 벗어나 새로운 의식과 가치관을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세월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대안으로 ‘생명, 정의, 사회를 위한 여성학’을 제시하며 연구를 계속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는 우리가 익숙하게 지낸 단선적 시간 개념과 경제적 구조, 사회적 공간 개념을 긴 호흡으로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며 “앞으로 남은 시간에 이러한 관점에서 모성 이데올로기, 가부장제 등의 문제를 하나씩 생각하고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은 여성학 운동을 피부로 느끼던 시기였다”며 “자신의 대학에 여성학이 개설될 수 있도록 상담을 요청하는 전국 여대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여성학에 천착하며 수많은 좌절을 겪었다고 했다.

장 교수는 “그동안 겪었던 다양한 좌절 경험의 공통점은 내가 이론적으로 구성한 소망 사항이 현실이라고 착각했다가 그 착각이 깨졌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학은 인간 존엄성과 평등 가치를 지향하며 기존 질서와 현실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변화를 촉구하는 일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기에 인정받기보다는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후학을 격려했다.

장 교수는 “정년까지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며 강연을 마쳤다. 그의 제자와 동료 학자 300여명은 기립 박수를 치며 마지막 강연을 아쉬워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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