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소액으로 대형빌딩 투자"...부동산 간접투자시장 '활짝'

티마크호텔 명동 부동산펀드 판매
5~6% 안정적 수익 가능...은퇴자 투자 관심 높을듯
운용사, 중소형빌딩 등 다양한 공모상품 출시 준비
리츠상장 규제 완화 등 정부도 시장 활성화 나서

지난 2010년 하나자산운용 공모펀드를 통해 ‘하나대투증권 빌딩’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5년간 연 평균 7.4%의 배당수익을 올렸다.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당시 이 빌딩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매각차익을 포함해 5년간 93.7%의 누적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앞으로 이 같은 오피스 빌딩이 리츠 형태로 상장되면 다수의 투자자들이 이 같은 배당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코람코자산신탁


개인들도 소액으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대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한국투자증권은 하나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하나그랜드티마크부동산펀드 1호’를 1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일반인들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국내 대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형 상품이 출시된 것은 지난 2010년 12월 하나자산운용이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에 투자하는 ‘하나랜드칩부동산투자신탁 1’을 선보인 후 약 6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 펀드는 ‘티마크그랜드호텔’을 매입해 하나투어의 자회사인 ㈜마크호텔에 20년간 임대한 후 여기서 발생하는 임대료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로 일반공모 600억원, 기관 대상 90억원이 모집되며 한국투자증권은 일반공모 중 300억원을 개인들에게 판매한다. 5년 만기 폐쇄형으로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이며 최소보장임대료는 연간 93억1,000만원으로 최소 연 5.5%의 배당이 가능하다.

리츠 상장도 4년 만에 재개된다. 현재 상장사 기준으로 보면 2012년 1월에 상장된 ‘케이탑리츠’ 이후 처음이다. 모두투어리츠가 5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하반기에 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뉴코아 아울렛에 투자하는 리츠인 ‘코크렙 6호’도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금리 시대,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을 깨우다=2000년대 초반 국내에 리츠와 부동산펀드가 도입된 후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은 연기금·공제회·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과 일부 고액자산가들만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은퇴자들이 늘고 저금리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증가하면서 펀드나 리츠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단기부동자금은 945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단기부동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갈 곳 잃은 자금은 현재 주식 공모주 시장이나 아파트 분양 시장, 중소형 빌딩 시장 등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 빌딩이나 분양 시장은 개인 투자자 참여가 제한적이고 공모주의 경우 리스크(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펀드나 리츠가 대안 투자처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르면 올 3·4분기에 공모형 부동산 펀드를 출시할 예정인 이지스자산운용의 유덕현 이사는 “공모 상품 출시 계획을 밝힌 후 주로 50~60대의 은퇴자들로부터 매일매일 전화를 받고 있다”며 “은퇴자들은 안정적으로 배당수익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원하는데 시장에 이러한 종류의 상품이 드물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을 준비 중인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5~6%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현재 5대 시중은행의 12개월 정기 예금 금리가 1.20~1.5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수준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공모시장에 관심 갖는 운용사들=개인들이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그간 주로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아 사모형 상품을 만들었던 운용사들도 공모형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A자산운용사는 27일 입찰이 예정된 중구 서소문에 위치한 ‘퍼시픽타워(옛 올리브타워)’ 투자자를 공모로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2년 명지재단이 사옥용으로 지은 올리브타워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도이치자산운용으로 소유주가 바뀌는 동안 국내 및 외국계 기관들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처럼 기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대형 오피스 빌딩에 개인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지금까지는 고액자산가들이나 법인들이 직접 사들였던 500억원 미만의 중소형 빌딩 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개인 자금의 특성을 고려해 300억~500억원 규모의 작은 빌딩을 비롯해 안정성과 성장성을 갖춘 다양한 자산을 공모형 상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형빌딩을 중개하는 리얼티코리아의 원종성 상무도 “궁극적으로 자산운용사 설립을 통해 간접 투자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펀드에 여러 중소형 빌딩을 편입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개인들에 적합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고액자산가들의 중소형 빌딩 투자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 했던 개인들에게도 투자의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도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위는 5월 펀드 상품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개인들도 최소 500만원으로 부동산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펀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토부는 리츠 상장 활성화를 위한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고병기·송종호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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