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진출 한국 기업 경기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기업들의 3·4분기 전망 경기실사지수(BSI)는 93으로 기준점인 100에 크게 못 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 중국 한국상회 등과 산업연구원이 공동실시한 이번 조사는 지난 5월30일부터 6월29일까지 총 7개 업종, 230개 기업을 상대로 진행됐다. BSI는 경영실적·판매·비용·경영환경·애로사항 등에 대한 응답 결과를 0~200의 값으로 산출한 것으로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 수가 많았다는 뜻이다. 100 미만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매출(103)과 설비투자(105) 부문만 기준인 100을 간신히 넘긴 가운데 △영업환경 86 △경상이익과 자금조달 88 △현지판매 94 등 대부분의 항목이 부진했다. 중국이 우리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이런 결과는 우리 수출의 회복세가 여전히 더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사드 사태로 비관세 장벽 강화 등 중국의 경제제재가 예상되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경쟁 심화와 수요 부진이었다. 정부 주도의 전략적 투자로 중국 상품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그간 우리가 경쟁우위에 있었던 품목에서 고전이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바오치(保七·성장률 7% 유지)’ 시대가 끝나고 경기 둔화 국면에 돌입한 탓에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요 부진(42.4%)과 경쟁 심화(33.3%)를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전기·전자 업계 역시 수요 부진(36.6%)과 경쟁 심화(24.4%) 순으로 답했다. 이 밖에 화학 업계는 경쟁 심화(35.5%)를, 섬유·의류 업계는 인건비 상승(29.0%)을 답한 비중이 높았다. 대기업은 현지 수요 부진(29.3%)을, 중소기업은 경쟁 심화(27.4%)를 가장 큰 문제로 인식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지난 2·4분기 성장률이 6.7%로 시장 예상치보다 다소 웃도는 수치가 나오긴 했지만 중국이 고속성장을 멈추고 중속성장으로 가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를 겪는 등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