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에서 '예술'이 빠져서는 안되죠"

제5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주은지 예술감독
공공을 위하며 예술도 잃지않는 공공예술 추구
3년에 한번 안양 지역 전체가 거대한 전시장으로
마이클주,다미안 오르테가,임흥순,박찬경 등

제5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을 맡은 주은지 큐레이터 /서울경제DB
“공공예술에서, 과연 공공은 누구며 공공예술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어쩌면 많은 공공예술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예술’ 그 자체인 것은 아닐까요?”

제 5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toject·이하 APAP)의 예술감독을 맡은 재미 큐레이터 주은지(사진·46)는 ‘공공예술의 지향점’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반문했다. 정해둔 답으로 나아갈 게 아니라 같이 생각하며 함께 만들어가자는 제안이다.

APAP는 3년마다 열리는 트리엔날레 형식의 공공미술 행사로 안양의 지형·문화·역사가 기반이 돼 탄생한 미술·건축·영상·디자인·퍼포먼스 등이 지역 곳곳에서 펼쳐져 도시 자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오는 10월15일부터 두 달간 안양예술공원과 안양 시내 일대에서 진행된다.


공공예술을 되뇌며 다시 입을 연 주 예술감독은 “공공장소에서 대중을 향해 놓인 작품을 두고 논란이 된 사례는 미술사적으로도 수없이 많을 만큼 공공예술에 대한 논란은 반세기 이상의 일”이라며 “특히 지난 20년간은 공공예술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이 제기돼 공공의 의미나 그 목적에 대한 논의가 전개됐다”고 말했다. 주 감독이 “공공예술이 ‘예술’ 그 차체를 잃어버리곤 한다”고 지적했듯 국내 공공예술의 대부분은 지역재생을 앞세운 공공 벽화작업, 건축비의 1%를 미술품 구입비로 정해둔 ‘건축물 장식법’에 의거한 공공 조형물이 차지하고 있고 이들 상당수는 예술성이 배제된 예산집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주 감독은 “현대미술의 심장부라 불리는 뉴욕에도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남는 공간을 채우듯 설치한 ‘기업 장식품’ 같은 조형물이 종종 보인다”고 덧붙이며 “이번 APAP는 공공과 함께, 공공을 위해서 진행하되 공공예술이 갖는 여러 요소를 다각도로 살펴 어떤 차별점을 모색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 감독은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후 지난 3월부터 동시대 공공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작가들을 중점적으로 안양으로 초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구상했다. 주 감독은 “얀양은 시간을 초월한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의 도시”라며 “안양은 한국을 보여주는 하나의 소우주와도 같아서 작가들과 함께 역사와 현재를 배워가기에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APAP는 2005년 첫 회 이후 지난 11년간 140여 점의 작품을 안양 시내 곳곳에서 선보였다. 첫 회에 100억원이 투입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예산은 30억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 행사는 회를 거듭할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우선 다섯번째 APAP를 이끌 주 예술감독은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로 양혜규 작가의 전시를 기획했고 2007년부터 뉴욕 뉴뮤지엄 큐레이터로, 지난해에는 샤르자비엔날레 큐레이터로 활약한 글로벌 전시기획자다. 참여작가도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미술작가 겸 영화감독 임흥순을 비롯해 박찬경·김소라·믹스라이스·조은지·박보나 등 국내작가와 멕시코의 다미안 오르테가,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시에라, 덴마크의 수퍼플렉스 등 해외거장이 확정됐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주목받는 작가이자 주 감독의 친오빠인 마이클 주도 참여한다.

앞서 열린 APAP가 ‘역동적 균형’, ‘퍼블릭 스토리’ 등 주제를 정해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과 달리 올해는 별도 주제가 없다. 이에 대해 주 감독은 “미술계 관계자들의 인지도에 비해 APAP는 안양 시민들조차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를 정도로 인식이 저조하기에 주제를 설정해 혼란을 가중하기 보다는 ‘APAP 5’라는 이번 프로젝트 그 자체에 몰입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안양예술공원의 랜드마크가 된 ‘안양 전망대’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네덜란드의 세계적 건축가그룹 MVRDV의 작품이다. /사진제공=안양문화예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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