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안나미(사진) 박사가 양천고에서 열린 ‘조선시대의 과학 이야기’에서 당시의 수학문제 풀이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조선시대의 수학은 숫자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하늘이 부여한 신성한 학문으로 억울한 백성들이 없도록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통치 이념이 반영이 되었답니다.”
18일 양천고에서는 안나미(사진) 박사의 고인돌 강좌 ‘조선시대의 과학 이야기’가 열렸다. 세번째 시간인 이날의 주제는 수학. 이날 강의에서는 ‘조선시대에 수학이라는 학문이 과연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안 박사는 일상생활에 수학이 어떻게 활용됐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비뚤비뚤한 지형에 위치한 논밭의 면적을 구하거나, 인부의 노동량과 시간에 따른 정확한 임금을 계산하거나 농작물을 탈곡 전과 후의 무게 차이를 구하는 등 생활에 수학이 필수였어요. 특히 나뭇가지를 활용한 산가지 계산법은 고차원 방정식까지 풀 수 있는 고급 기술이었어요.” 중인의 전문직으로 수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 산학(算學)이 있었던 조선시대였지만 사대부들도 수학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홍대용, 조태구, 남병길 등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은 전문적인 수학책을 쓴 인물들이랍니다. 세종도 정인지에게 수학공부를 배울 정도로 조선시대 초기에는 과학에 대해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졌어요.” 강의는 조선의 수학책에 대한 설명 및 당시 수학을 활용한 계산법 소개로 이어졌다.
안 박사는 “조선시대에 이처럼 수학 및 과학에 대한 연구가 풍성하게 이루어졌지만, 지금 우리는 수학을 마치 대학입시에 필요한 그러나 재미없는 과목 정도로 치부해버리고 만다”면서 “수학이란 균형과 비례를 통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철학과도 맥이 닿아있다. 창의적인 수학 공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학, 물리 등은 마치 서양에서 들어온 현대과학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역사의 기록을 더듬어보며 조선시대의 과학이 상당히 앞서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지금은 비록 맥이 끊어졌지만 수학적인 사고력을 키워 생활과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는 고인돌 강좌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