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속초 영랑동 해안에서 표류하다가 방파제에 좌초된 유람선에서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로 뛰어내리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도와주세요. 배가 움직이지 못하고 연기가 나고 있어요.”
전국에 비바람이 몰아친 지난 16일 오후 3시 27분 강원소방본부에 다급한 구조 요청 전화가 왔다. 속초 영랑동 해안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 등 20명이 탄 유람선이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다가 방파제에 좌초된 것. 당시 이와 관련된 신고전화는 16통이나 걸려왔다. 최초 신고전화를 받은 강원소방본부는 오후 3시30분 속초소방서에 출동 지령을 내리고, 곧바로 속초해경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지난 15일부터 전국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 체계의 ‘공동대응 요청 기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예전이라면 소방에서 신고접수를 받으면, 해경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 신고내용을 반복해 설명하고 공동대응을 요청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하지만 긴급신고전화 통합시스템의 공동대응 요청 기능을 통해 소방에서 접수된 신고자의 위치, 전화번호, 신고내용이 공동 대응키를 눌러 관할 구역의 해경에 즉시 전달된 것이다. 이후 소방과 해경은 수난구조차와 구급차특수 등 차량 6대, 함선 7척 등을 신고접수 7분 만에 사고현장에 도착시켰다. 이후 민간스쿠버다이버들과 함께 승객 전원을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게 해 사고 발생 30분만에 무사히 구조해 냈다. 긴급신고통합시스템은 신고자가 119(소방)나 122(해경)로 전화해도 모두 119에서 통합 접수해 두 기관이 실시간 공동대응한다.
김영갑 국민안전처 긴급신고전화 통합 합동추진단장은 “승객 대부분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이었다는 점에서 큰 사고로 비화됐다면 자칫 국가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 체계가 신고접수 후 소방과 해경의 출동시간을 앞당겨 골든타임을 확보한 점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청은 지난 15일부터 긴급신고전화 통합 시범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는 현재 21개 신고전화를 119(재난신고), 112(범죄신고), 110(민원상담) 3개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소방, 해경, 경찰 등 기관간 공동대응 필요시 서로 전화로 신고내용을 설명해야 했으나 이제는 통합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신고내용이 전달된다. 오는 10월 28일부터는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