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음식의 정치문화를 놓고 논쟁을 빚어왔지만 호사가들은 음식이야말로 정치성향을 좌우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독재자들이 자극성이 강하고 스태미나를 키워주는 음식 애호가라는 사실이 단적인 예다. 캄보디아의 폴 포트는 코브라 수프와 사슴·멧돼지 요리를 즐겨 먹었고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히틀러도 영계요리, 비둘기의 혀와 간을 좋아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말라위의 카무주 반다는 ‘모파인 벌레’를 바삭하게 말려 먹는 특이한 식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하야미즈 켄로는 ‘음식 좌파 음식 우파’라는 저서에서 대량 생산되는 음식에 반대하는 이들을 좌파로 규정했다. 음식 좌파는 유기농법으로 만든 농산물을 소비하고 음식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며 유기농 야채나 천연효모로 만든 빵을 대표 식재료로 꼽았다. 반면 음식 우파는 산업화된 식품을 즐겨 소비하는 이들로 양과 가격의 효율성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타임지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주문하는 음식도 다르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인들의 온라인 주문 현황을 따져봤더니 공화당 지지자들은 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와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채소가 많이 들어간 베지(veggie) 버거와 담백한 메뉴를 주로 찾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좌파 소주’ ‘우파 라면’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이래저래 음식 먹기도 주변 눈치가 보이는 세상이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