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영국 런던에 있는 유럽지역대표본부를 자동차 중심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국내 대기업이 유럽지역본부를 영국에서 이전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전이 확정된 프랑크푸르트가 LG그룹이 최근 신성장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자동차부품(VC) 사업의 핵심 지역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일 LG에 따르면 LG전자는 유럽지역본부를 프랑크푸르트로 옮기기로 최종 확정하고 이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LG그룹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전작업이 이르면 오는 9월, 늦어도 10월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자동차 전장 영업을 강화하려는 의도이며 앞으로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영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독일 등으로 유럽본부를 옮기는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뒤셀도르프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전지역을 유럽의 경제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로 선정했다. 이는 자동차 관련 영업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LG전자의 전장 사업 유럽 총괄조직인 ‘카오피스’가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가 유럽지역본부를 프랑크푸르트로 옮기겠다는 것은 자동차 관련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LG그룹의 전장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열리는 곳이다. 그런 만큼 세계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게다가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의 허브다.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은 유럽의 관문으로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유럽과 남미·미주 항공노선이 연계돼 있다. 교통 요지인 셈이다.
LG가 유럽지역대표본부를 프랑크푸르트로 옮기기로 한 데는 이 같은 요인이 주효했다. LG그룹에 밝은 한 소식통은 “프랑크푸르트는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중심지”라며 “교통이 좋은 점도 유럽본부를 옮기게 된 이유”라고 전했다.
특히 독일은 자동차 산업의 본거지다. 세계적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폭스바겐이 독일 브랜드다. 보쉬와 지멘스 같은 글로벌 부품회사도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전장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LG 입장에서는 독일만한 최적지가 없는 셈이다.
실제 LG전자는 전방위로 전장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벤츠와 구글의 무인카 개발 파트너로도 참여한데다 최근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구동모터를 비롯해 11종의 핵심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차량용 텔레매틱스 분야에서는 30%대의 시장 점유율로 이미 세계 1위다. LG는 1·4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GM이 아닌 다른 선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와 전기차 부품에 대한 의미 있는 수주가 있었다”며 “전기차 부품 사업을 확장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본준 ㈜LG 부회장도 올 초 포드 경영진과 만나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앞서 LG전자는 유럽 지역 B2B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박석원 부사장을 지역대표로 임명했다. 20년 가까이 LG전자 미주법인에서 근무하며 법인장까지 지낸 인물로 회사 내에서도 이름난 해외통이다. 그만큼 유럽 지역과 자동차 부품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역본부 이전으로 LG가 독일 가전시장 공략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로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LG전자가 유럽본부를 런던에서 다른 나라로 옮기면서 여타 기업들의 해외법인 이전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삼성전자가 유럽본부를 런던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며 국내 A기업도 지역본부 이동에 대한 내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필·김현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