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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내각회의를 열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결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터키 헌법에 따른 것”이라면서 “(쿠데타의 배후인) 펫훌라흐 귈렌 세력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쿠데타에 대해 “다수가 체포됐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 대규모 숙청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터키 헌법에 따르면 자연재난, 심각한 경제위기, 광범위한 폭력사태와 심각한 공공질서 교란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주재하는 내각회의에서 최장 6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국가비상사태 아래서는 대통령이 발표하는 칙령이 법률에 해당하는 효력을 갖게 된다. 칙령이 발표되면 당일 의회의 사후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의회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과반을 장악해 현재로서는 견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곧 법’이 된 것이다.
앞서 터키 정부는 쿠데타를 진압한 직후인 16일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을 쿠데타 배후세력으로 지목하고 군인·경찰·대학교수 등 6만명에 달하는 인사를 해임하거나 체포했다. 특히 헌법재판관 2명을 포함한 판검사 2,750명을 직위 해제하거나 체포해 사실상 사법부도 해체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를 빌미로 독재체제 전환과 인권침해 자행의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터키가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터키가 사형제를 복원하면 가입 기회도 물 건너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터키는 1984년 마지막 사형을 집행했으며 EU 가입을 위해 2004년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터키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내렸다. 아울러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해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터키 리라화의 가치도 21일 오전5시32분(한국시각) 달러당 3.0973리라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외환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