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정서는 당 태종이 가장 아끼고 존경했던 서성(書聖) 왕희지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당 태종은 왕희지의 글씨 중에서도 특히 난정서를 좋아해 이를 자신이 죽을 때 함께 묻도록 했다고도 전해진다.
왕희지가 353년 3월 저장성 사오싱의 ‘난정’이라는 곳에서 연 대규모 연회 ‘난정연회’에 사안·손작 같은 명사들이 모여 시를 지었는데, 이 자리에서 만든 시를 모은 뒤 왕희지가 서문을 써 펴낸 게 바로 난정서다. 다만 원본은 전해지지 않은 채 베껴 쓴 유명 필사본만 500여 종에 달하는 까닭에 ‘난정서는 왕희지가 쓴 것이 아니다’라는 진위논란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저자는 10여년 간 난정서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난정서는 왕희지의 저작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펼친다. ‘난정서가 위작’이라는 중국 학자 곽말약의 논문을 중심으로 추사 김정희의 논지까지 살펴가며 주장의 진위 여부를 검증한다. 저자는 양나라 소명태자가 천하의 명문장을 모두 모아 펴낸 ‘문선’(文選)에 난정서가 실리지 않은 점, 연희 중에 쓴 난정서에는 도교의 인생무상을 이야기하는데 나중에 쓴 난정서에는 도교를 비판하고 있는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책은 왕희지가 난정서를 썼느냐의 진위 검증과 함께 이 작품의 탄생과정과 내용, 난정연회 문화에 이르는 방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있다. 3만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