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경준...우병우...허점 드러난 공직자 재산공개

진경준 검사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잇따른 비리 의혹에서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허점이 또 드러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 수석의 부인 이씨는 자매 4명과 공시지가 1,700억원대의 골프장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데도 우 수석의 재산공개에는 이런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씨 등은 골프장 지분을 관리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해 그 회사 지분을 각각 20%씩 나눠 갖고 있다.

이씨는 가족법인인 정강의 대주주이기도 해 그가 보유한 두 비상장사의 주식 가치는 수백억원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재산공개에는 3억여원만 등록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비상장법인 주식은 보유주식 수와 액면가로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 형태로 우회적으로 재산을 보유하면 확 줄여서 재산을 신고할 수 있는 셈이다.


진 검사장은 뇌물로 받은 넥슨과 넥슨재팬 비상장주식을 사고팔아 100억원이 넘는 이득을 챙겼는데도 별 탈 없이 승승장구했다. 특히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을 취득한 2005년부터 매년 주식 취득 및 보유내역을 등록했지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유명무실한 비상장주식 신고 조항 등 때문에 뇌물수수와 부정축재 등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비상장주식의 허점 말고도 공직자재산신고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직계 존비속의 재산내역 고지를 거부해도 속수무책이다. 올해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의 고지거부 비율은 30.2%로 국회의원의 경우 역대 최고치인 39.7%에 달했을 정도다. 재산형성 과정 및 재산변동 추이 확인 방안 등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손질이 필요하다.

비상장주식 신고와 관련해서는 삼성의 비상장주식 매각에 대한 대법원의 2005년 판결을 참고할 만하다. 당시 대법원은 비상장주식인 삼성종합화학 적정주가를 결정하면서 대차대조표상 순자산가액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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