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20 '자국 우선' 심화하는데 말로만 공조해서야

중국 청두에서 23~24일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미일 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환율 절하에 나서는 것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심화하는 보호무역에 대해서도 정책공조 필요성이 제기됐다. 심지어 ‘자국 우선’의 중심에 선 미국 재무장관조차 ‘동반성장’을 내세웠다. 말만 들으면 보호무역 같은 것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말이 행동과 정반대라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와 한국산 냉연강판에도 덤핑 예비판정 또는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더 나아가 민주·공화 양당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자국 이익에 반하면 국가 간 약속도 휴지통에 던져버릴 수 있다는 협박이다. 일본은행 총재 역시 “필요하다면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최대 3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을 실시할 수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주변국이야 피해를 보든 말든 자기만 살면 그만이라는 자국이기주의의 극치다. 그럼에도 G20 회의에서는 별 지적을 하지 않았다. 말의 성찬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G20 회의 결과는 자국 이익에 우선한 국제공조란 있을 수 없다는 냉혹한 진리를 다시 확인시켰다. 장기적이고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면서 앞으로 국제경제는 전보다 더 힘의 논리에 의존할 수도 있다.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지나치게 편중된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효자상품의 세대교체를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기술력과 혁신능력을 키우고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 기반을 확대하는 등 산업과 경제구조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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