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發 소송전' 국민銀 웃었다

법원 "워크아웃 중단돼도 반대 매수청구권 유효 31억 지급해야"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됐더라도 애초 워크아웃 자체에 반대했던 채권자의 매수청구권은 유효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이정호 부장판사)는 국민은행이 산업·우리·농협은행 등 7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채권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국민은행에 31억7,600만원을 지급하라”며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팬택의 주요 채권자였던 이들 금융기관의 갈등은 2014년 팬택이 경영난에 떠밀려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산업은행 등 7개 기관은 워크아웃에 찬성했지만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반대했다. 산업은행 등은 국민·신한은행을 배제한 채 같은 해 3월 워크아웃 개시를 강행했다. 그러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팬택 채권을 팔고 나가겠다”며 산업은행 등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반대매수청구권이란 회사의 주요 결정 사항에 반대하는 채권자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찬성 채권자에게 매수해달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이후 팬택의 워크아웃은 5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중단됐다. 산업은행 등은 “워크아웃이 실질적인 정상화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중단된 마당에 반대 채권자의 매수권 청구를 받아줄 수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법원은 “워크아웃 찬성 채권자들은 매수청구한 주식을 사 줘야 한다”며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반대 채권자가 절차에 맞게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찬성 채권자들의 승낙 여부와 관계없이 채권 매매계약이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은 국민은행이 당시 보유했던 팬택 채권에 청산가치를 반영한 31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 법원은 앞서 신한은행이 제기했던 같은 소송에서도 매수청구권이 유효하다며 52억 배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워크아웃이 중단돼도 반대매수청구권은 유효하다’는 판단을 일관되게 내림으로써 부실기업 살리기 실패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워크아웃 제도가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법원 판결대로 반대매수청구권을 강하게 인정해주면 채권자들이 워크아웃 개시 자체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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