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회사 영향, JKL 등 창업자 이름 쓰는 경우 많아
지난 2014년 말 하림(136480)그룹과 짝을 이뤄 1조원 규모의 팬오션(028670) 인수전에서 승리하며 신흥 강자로 떠오른 JKL파트너스의 사명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작명 방식과 비슷하다. KKR이 공동 창업자인 제롬 콜버그, 조지 로버츠, 헨리 크래비스 등 세 사람의 성을 따서 만들었듯이 JKL은 삼정KPMG 회계법인 출신의 파트너 세 명의 성을 따 이름을 지었다. 고려대 89학번인 정장근 대표의 ‘J’, 서울대 90학번인 강민균 부사장의 ‘K’, 서울대 91학번인 이은상 전문이사의 ‘L’이 합쳐졌다. 성을 조합했지만 순서는 나이 순이다. 정장근 JKL 대표는 “사모펀드는 철저히 사람의 능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인적 회사이기 때문에 사람의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회사 정체성을 살리면서 쉽게 부를 수 있어 JKL로 이름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JKL이 따낸 팬오션 딜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곳이 바로 KKR였다.
‘스카이레이크=백두산 천지’…은유·비유적 표현도
엘리트 관료 출신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PEF의 사명은 은유적이고 비유적이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설립한 ‘파이오니아 인베스터즈’가 대표적이다. 강 전 장관은 산은지주 회장 시절 애착을 가졌던 기술혁신·창업벤처 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파이오니아(Pioneer)’에서 이름을 빌려 왔다. 강 전 장관은 산은 회장 시절 그가 직접 영입한 데이비드 전 산은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PEF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최근 패밀리레스토랑인 아웃백코리아를 570억원에 인수하며 세간에 이름을 알린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이름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참여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대표가 지난 2006년 설립한 이 회사는 미국 정보기술(IT)전문 투자기업인 ‘실버레이크’를 벤치마킹했다. 이를 한국식으로 변화시켜 백두산 천지를 뜻하는 스카이레이크(하늘연못)를 PEF 이름으로 지었다. 구본진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대표를 맡고 있는 트루벤인베스트먼트의 트루벤(Truben)은 고객과의 신뢰(Trust)를 바탕으로 서로 상생하고 혜택(Benefit)을 공유한다는 구 대표의 다짐이 담겨 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설립한 국내 첫 토종 PEF인 보고펀드는 외국 자본에 맞서는 토종펀드라는 의미에서 고려 시대의 ‘해상왕 장보고’에서 이름을 따왔다.
국내 PEF 업계 선두를 다투는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는 모두 설립자의 이름과 관련이 있다. MBK는 김병주 회장의 영문 이름인 마이클 병주 킴(Micheal Byungju Kim)의 첫 글자에서 따왔고, 한앤컴퍼니는 한상원 대표의 성을 회사 이름에 빌려왔다. 김 회장과 한 대표는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하버드 경영대학원(MBA) 동문이며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과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M&A 경력을 쌓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내 3위 토종 PEF인 IMM PE는 “세계가 내 손에 있다”는 의미의 라틴어 ‘인 마누스 몬두스(in manus mundus)’에서 따왔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