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이 가시화하면서 마구잡이 처벌 가능성이 법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김영란법은 기존 형법과 달리 ‘직무관련성 없는 금품 거래’도 처벌하는 등 적용범위가 넓기 때문에 수사·조사권 남용이 우려된다”며 “가령 정권에 잘못 보인 사람 등에 대한 손보기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전관예우 등 법조 비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 법의 악용 가능성이 더 크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일반인이 법을 오용하거나 남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공직자가 ‘애매한 상황은 일단 신고하고 보자’며 신고를 남발하고 해당 기관도 ‘나중에 책 잡힐지 모르니 일단 수사기관에 넘기자’며 고발하는 식이다. 평소에 미웠던 직원을 해코지하기 위해 김영란법 위반으로 고소·고발을 남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고소·고발이 남발되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칼날이 도처에서 난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권익위는 ‘사회상규 예외 규정’ 등 애매한 법 조항에 대해 “법원 판례가 쌓이면 논란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말은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조금만 판단이 애매해도 대부분의 사건을 법원 판단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고소·고발 남발이 예상된다. 법원 판단이 쌓이기 전 시행착오 단계에서 생길 수많은 피해는 외면하는 셈이다.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인력과 재원이 한정돼 있고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뚜렷하지 않아 경찰과 검찰이 하고 싶은 수사만 할 수 있다”며 “자칫하면 검찰과 경찰 공화국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공직부패를 근절하자는 김영란법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며 “법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이완기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