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총 3,000여명의 전문인력을 아랍에미리트(UAE)로 수출한다. 원전 운영과 관련해 전문인력을 해외로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견인력에 대한 각종 지원 등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조원 남짓에 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에서 현지 바라카에 짓고 있는 한국형 원전 4기와 관련해 UAE원자력공사(ENEC)와 운영지원 계약을 맺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계약에 따라 한수원은 내년 5월부터 오는 2030년까지 해마다 평균 210명, 총 3,000여명의 운전원과 운영인력 등을 내보내게 된다.


인력파견과 관련한 비용은 모두 ENEC가 부담한다. 본계약 6억달러(약 6,800억원)에 주택·교육 등 간접비 지원 3억2,000만달러(약 3,600억원) 등 총 9억2,000만달러(약 1조400억원) 규모다. 주거비 지원 등을 포함해 1인당 평균 연 3억원가량의 보수를 받는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우리나라가 이 정도 규모의 인력을 파견해 비즈니스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1970년대부터 건설 위주로 진행된 중동과의 관계가 지금부터 새롭게 펼쳐지는 셈”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은 “세계 원전 역사를 살펴봐도 자국인이 아닌 외국 사람이 원전을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2030년 이후에도 재계약을 통해 우리 인력을 파견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2009년 한전 컨소시엄에 참여해 UAE 원전 4호기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사업으로 2012년 7월 원전 1호기 공사를 착공했다.

원전 1호기는 지난해 5월 원자로가 설치됐고 내년 5월 준공될 예정이다. 이후 1년 단위로 2호기부터 차례로 공사를 마치게 되며 2020년 5월에는 4호기까지 준공된다. 3호기는 19일(현지시간) 원자로 설치를 마친 바 있다. 애초 UAE 측은 2020년 4호기까지 준공되면 자체 인력을 동원해 원전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4호기 운영을 모두 맡기는 현지 인력이 모자라는데다 당분간 한국 측의 선진 운영관리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은 각 원전 호기의 준공시점부터 발효된다. 1호기가 준공되는 내년에는 250여명이 파견되며 2019년에는 최대 430여명까지 늘어난다. 이후 UAE는 2030년까지 자체 인력 비중을 전체 인원의 90% 수준까지 늘려가고 한수원 인력 비중은 줄여나가게 된다.

특히 UAE는 향후 원전 4기를 추가 발주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UAE 원전을 추가 수주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40년간 국내 원전을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ENEC와 공유해 윈윈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des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