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을 하면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될 것이라는 노조 측의 주장이 무색한 결과다. 경영위기로 휘청거리던 이탈리아 국민차 피아트가 회생 조짐을 보이는 원동력 역시 노동개혁이다. 임금인상 제한, 파업금지, 전환배치 허용 등이 담긴 개혁안에 노사가 합의하면서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 한국보다 더 경직된 구조라던 이탈리아 노동시장이 확 바뀐 것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조차 “이탈리아 정부의 노동개혁 법안이 노동시장을 획기적으로 개혁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는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은 4년 만에 플러스(0.6%)로 돌아서고 총 12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경제는 2014년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더니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3.2%에 달했다. EU 평균(2.0%)보다 훨씬 높다. 일자리 역시 10년 만에 최대치로 증가했다. 스페인 경제의 극적 변신은 노동개혁의 결과물이다. 스페인에서는 기업 경영진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도 임금과 근로시간을 바꿀 수 있다. 해고요건이 완화된 것은 물론이다. 스페인 강성노조가 노동개혁에 동참한 배경은 간단하다. 노동개혁을 해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도 성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노동개혁안 모두 현재 논의 중인 우리 개혁안보다 훨씬 강력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정규직 일자리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