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업계가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지난달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철강재 규모가 150만톤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08년 7월 수입량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올 상반기 그나마 국내 건설경기가 호조를 보여 급증한 중국산 물량을 소화했지만 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산 철강재의 영향력 확대가 국내 철강업체 수익성을 갉아 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철강재는 전년 대비 40.5% 급증한 154만3,000톤으로, 월 단위로는 지난 2008년 7월(167만8,000톤) 다음으로 많다. 중국산이 전체 수입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9%에 달했다. 일본산 철강재 수입 규모가 63만2,000톤으로 비중이 27%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산 철강재 비중이 세 배 가까이 크다.
중국산 철강재는 주요 품목에서 골고루 전년 대비 수입량이 늘었다. 특히 H형강의 경우 지난 6월 한 달 간 수입된 중국산 물량이 14만4,000톤으로, 지난해 7월 12만8,000톤 이후 가장 많았다. 중국산 철근 수입도 크게 늘었다.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지난달 12만6,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이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국내 고로 업체들의 고로 개보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국산 철강재 가격이 수요처에 매력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국산 철근의 톤당 단가가 389달러로, 일본산 철근의 단가 462달러에 비해 16% 가까이 저렴했다. 전 세계 평균 철근 단가인 393달러와 비교해도 중국산은 4달러가량 저렴했다. H형강 역시 중국산은 403달러로 전 세계 평균 단가인 406달러보다 쌌다.
이같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 증가에 국내 철강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이 지속되면서 시장 가격 형성에 혼란을 주고 있다”면서 “중국산 수입 물량을 상당 부분 소화했던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국내산 제품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