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분기 우리 경제는 개별소비세 재인하 등 내수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0.7% 성장했다. 개소세가 인하됐던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가전매장에서 고객이 TV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경제DB
우리 경제가 0%대 저성장 늪에 빠져들고 있다. 개별소비세 재인하, 임시공휴일 지정 등 정부가 단발성 대책을 쏟아내며 내수를 ‘외끌이’했지만 그마저도 버거운 모습이다. 건설투자 열기가 식고 구조조정 여파까지 확산할 경우 경기 반등은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은행은 지난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7%(속보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소비절벽’으로 민간소비가 뒷걸음질했던 1·4분기보다 0.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수준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4·4분기(0.7%) 이후 3분기 연속 0%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1.2%)를 제외하면 0%대 성장률은 2014년 2·4분기부터 2년째 이어지는 상황이다. 성장세가 미약한 것은 수출 부진이 워낙 심각한데다 내수 기반 역시 취약하기 때문이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올 1·4분기 0.8%포인트로 4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했지만 2·4분기에 다시 -0.3%로 악화했다.
상반기에 올해 전체 예산의 59.5%가 조기 집행된 재정은 2·4분기 들어서는 성장률 기여도가 ‘제로(0)’까지 떨어졌다. 2014년 4·4분기 이후 6분기 만이다. 정부가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지만 수출입은행 출자 등 구조조정 지원과 실업대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건설투자가 성장세를 떠받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2·4분기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2.9% 증가했지만 이는 1·4분기(6.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성장기여도도 1.0%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급감했다. 설비투자는 항공기 도입 등의 영향으로 전기 대비 2.9% 성장했지만 1·4분기(-7.4%) 실적치를 감안하면 기저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그나마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 여력이 커졌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2·4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 및 화학제품 등이 늘어 전 분기 대비 0.9% 증가했다. 한은은 2·4분기 성장률 성적표(0.7%)가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2·4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2%로 잠재성장률(3.0~3.2%)을 감안할 때 저성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민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2011년 1·4분기(-0.3%) 이후 5년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