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수도꼭지 버젓이 시중 유통

수도법, 미인증제품만
수거명령 내릴 수 있어
영세업체들 수거에 한계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인 이동건(가명)씨는 화장실 수도꼭지가 고장 나서 근처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수도꼭지로 교체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제품은 위생안전기준 인증제품 시판조사에서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검출돼 불량판정을 받은 수도꼭지였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25개 수도꼭지에서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검출된 가운데 불량판정을 받은 수도꼭지가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자 본지 1·8면 참조.

시판 수도꼭지 중에서 기준에 맞지 않는 제품은 불량 수도꼭지와 불법 수도꼭지로 나뉜다. 불량 수도꼭지는 국가인증을 받았지만 차후 안전검사에서 환경기준에 미달한 제품이며 불법 수도꼭지는 국가인증도 없이 제조 판매되는 제품을 말한다.

28일부터 적용되는 수도법 시행령 14조를 보면 환경부 장관은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대해 수거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시행령은 미인증 제품에 한해서만 수거명령을 내릴 수 있을 뿐이고 불량제품에 대해서는 수거명령 권한이 규정돼 있지 않다. 쉽게 말해 불량판정을 받은 수도꼭지가 매장진열대에 비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시판조사에서 불량판정을 받은 수도꼭지를 만든 업체에 구매 문의를 한 결과 대형마트에서 쉽게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불량판정 후 재인증을 받아 다시 유통을 시작했을 수 있다. 개정 전 수도법은 인증취소 1개월 후 재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증 취소 이전에 이미 만들어진 불량제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수도꼭지 생산업체 중에서는 영세한 곳이 많아서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수거권고를 했더라도 이들이 불량제품 모두를 수거하기엔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시판조사 후 인증이 취소됐는데도 수도꼭지를 만든 업체를 적발해 고발조취를 취했다”며 “수도법 시행령은 불법 수도꼭지에 한해서 수거명령을 규정하고 있는데 불량 수도꼭지에 대해선 수거권고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꼭지업체 관계자는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강제력이 없어 일부 영세업체들이 만든 수도꼭지가 시장에 유통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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