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들의 갑질 횡포에 대학가 원룸 자취생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집에 멋대로 들어오고 막말에 고성까지 일삼는 집주인들의 ‘갑질’ 횡포에 대학가 자취생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가 원룸에 사는 황모(21·여)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황 씨의 방에서 수도가 샌다며 그동안 내지도 않았던 수도세 12만 원을 내라는 요구를 들은 것. 황 씨가 따져묻자 “네가 바보야? 멍청이야? 왜 그것도 모르느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최근에는 황 씨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이 말 한마디 없이 방에 들어가 침대가 부서졌다며 침대를 교체하기도 했다. 또 황 씨의 전공책, 식기, 조미료 등에 마음대로 손을 댔고, 몇가지는 버리기까지 했다.
집주인과 경찰서까지 찾아간 황 씨는 “세입자가 고장 낸 것을 증명할 수 없고, 원래부터 고장이 난 것도 증명이 불가능해 서로 6만 원씩 부담하라”며 합의를 유도했다. 결국 황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6만 원을 부담하고 원룸을 나와야만 했다.
또 다른 대학가에 사는 박모(22·여) 씨는 방학이라 고향 집에 내려와 있던 중 집주인으로부터 “방을 옮겨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새로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해당 방이 아니면 계약하지 않겠다고 요구했다는 것. 이미 계약 연장을 하기로 돼 있는 상태에서 동의도 없이 방을 보여줬다는 사실에 화가 났지만 집주인의 계속되는 요구에 양보해야 했다.
이제 막 부모의 품을 벗어나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들은 부동산 계약 관련 기초지식이 부족한 데다 집주인이 ‘갑’이라는 인식 탓에 피해를 보고 있다. 집주인들의 ‘안하무인’식 원룸 운영이 빈발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꼭 피해야 하는 ‘블랙리스트 원룸’이 생겨날 정도다.
만족스러운 방을 구하려면 개강 한 달 전에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학교 기숙사 수용 인원은 한정돼 있고, 통학거리나 성적 또는 학년별 입사 비율도 정해져 있어 자취 말고는 이렇다 할 대안도 없다.
현행 법상 집주인이라고 하더라도 허락 없이 들어가면 주거침입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지만 학생들은 큰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어지간한 갑질은 참고 넘기는 편이다.
대학에서도 개강 초기 ‘집주인과 일대일로 계약하지 말고, 반드시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계약할 것과 등기부 등본을 반드시 확인하라’는 유의사항을 담은 안내문을 배포하고는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거주 도중 겪는 불만까지 해결해주기는 어렵다”며 “원룸 계약은 학생들이 잘 판단해야 하는 문제로 예방 차원에서 안내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