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현각 스님이 스승인 숭산 스님의 생전 법문과 편지 등을 모아 펴낸 ‘부처를 쏴라’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조계종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한국에 더 이상 머물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각 스님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그리스에서 하고 있는 선요가 수련을 마친 후 오는 8월 중순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한다”며 “(서울 강북구) 화계사로 가 은사 스님(숭산 스님)의 부도탑 앞에 참배하고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한 후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현각 스님은 한국을 떠난 후 환속(출가자가 속세로 돌아가는 것)하지 않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동하겠다고 전했다.
스님은 조계종이 외국 스님을 대하는 태도, 한국 선불교가 기복 신앙으로 바뀐 점 등을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로 꼽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대가 영입한 외국인 교수들이 줄줄이 한국을 떠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이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동감한다. 나도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며 “주한 외국인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장식품)’이다. 이게 내 25년간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현각 스님 페이스북
아울러 그는 “한국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한, 누구나 자기의 본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기복 종교로 만들었다”며 “왜냐하면 ‘기복=$(돈)’”이라고 비판했다.
현각 스님은 “숭산 스님께서 45년 전에 한국 불교를 위해 새 문을 열었다. 나와 100여명의 외국인 출가자들이 그 포용하는 대문으로 들어왔다. 참 넓고 현대인들에게 딱 맞는 정신이었다”면서 “그런데 종단이 그 문을 자꾸 좁게 만들어 지난 2∼3년간 7∼9명의 외국인 승려가 환속했고 나도 요새는 내 유럽 상좌(제자)들에게 조계종 출가 생활을 절대로 권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현각 스님은 예일대, 하버드대 대학원 출신으로 1990년 대학원 재학 시절 숭산 스님의 설법을 듣고 1992년 출가했다. 현정사 주지,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 등을 지냈으며 불교 경전 영역과 법문을 통해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써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