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청은 지난달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이달 27일까지 마약 용의자 316명을 검거 과정에서 사살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정체가 불분명한 자경단 등이 사살한 용의자까지 포함하면 사망자가 420명이 넘는다는 비공식 집계도 있다.
필리핀 경찰은 마약 용의자 4,386명도 체포했으며,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사범에 대해 강경 제압 방침을 밝히면서 14만1,659명이 자수하기도 했다.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대권을 잡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범을 죽여도 좋다”며 포상금은 물론 형사책임에 대한 사면까지 약속하면서 나온 결과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범에 어떤 온정도 베풀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단순 용의자를 ‘현장 사살’로 변론과 재판 등 사법체계를 무력화한다는 비판과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는 즉결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103명의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필리핀 상원과 인권위가 경찰의 범죄 용의자 즉결처형에 제동을 걸기를 기대했다. 이 단체는 경찰이 저항하며 총을 쏘는 용의자를 사살했다고 주장할 뿐 자위권 행사의 추가 증거를 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권은 범죄자 보호의 핑계가 못 된다”며 “모든 마약왕과 자금책, 밀매꾼이 자수하거나 감옥에 들어갈 때까지, 혹은 땅 밑에 묻힐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