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랜드 김완식 대표 인터뷰/권욱기자
“디벨로퍼에게는 ‘신용’과 작은 프로젝트라도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확대된 지금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사업의 위험(리스크)’을 냉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김완식 더랜드 회장에게는 자신의 성공담을 이야기 하는 것보다 뒤늦게 개발사업에 뛰어든 후배 디벨로퍼와 국내 부동산 개발업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먼저였다. 이제는 산업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부동산개발업과 디벨로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디벨로퍼의 덕목은 ‘신용’, ‘열정’, 그리고 ‘리스크 관리’ 세 가지였다. 그는 미국의 디벨로퍼인 도널드 트럼프와 직접 만나 한국에 초고층 주상복합 이라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연 장본인이다. 최근에는 ‘섹션 오피스’라는 새로운 상품도 선보이기도 했으며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도 구상중이다.
● 2001년 구의동 ‘대림 아크로빌’ 분양 대박…국내 아파트시장 주류로
김 회장은 2001년 초고층 고급주상복합아파트인 ‘구의동 대림 아크로빌’ 분양에 성공하면서 국내 부동산개발업계의 큰 변화를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이전에도 주상복합아파트가 선보이기는 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지금은 고급아파트의 대명사로 여기는 서울 강남 도곡동의 ‘타워팰리스’조차 분양 당시에는 완판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구의동 대림 아크로빌은 100대 1에 가까운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한 번에 분양을 성공했고 이후 서초동 대림아크로비스타, 현대슈퍼빌, 트리폴리스, 미켈란 등 수많은 주상복합아파트가 등장하면서 국내 아파트 시장의 주류로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애초 국세청에서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회장은 90년대 초반 지인과 함께 양재동에서 빌라 분양사업으로 부동산 개발업계에 발을 딛게 된다. 그는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나오는 그런 교량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공직 생활 내내 간직하고 있었다”며 “자유로운 회사에서 대형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그런 기회를 갖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독립해 사업을 시작한 뒤로 김 회장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아파트까지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던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쉼 없이 달려오던 김 회장 역시 6개월 정도 일을 쉬게 됐다.
그는 바로 이 시기가 자신이 국내 주상복합아파트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사업장을 직접 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김 회장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에게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를 방문하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 실제 트럼프를 만났다”며 “그때 그 경험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개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마곡 더 랜드 파크’ 등 섹션오피스 개념 도입, 업무용 복합빌딩도 개발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서울을 벗어나 2004년 부산에서 첫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할 때다. 김 회장은 “그 당시에는 서울에서처럼 부산에서도 사업이 잘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인·허가를 완료하는데 만 1년 6개월이 걸렸고, 바로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고 말했다.
결국 미분양이 쏟아지게 되자 그는 가격을 낮춰 팔 수밖에 없었고 시공사의 공사비와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외하고 투자 원금까지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회장은 “만약에 더 늦었으면 손실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더 컸을 것”이라며 “시공사와 은행을 설득하고 빠른 시간 내 판단을 해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업무용 복합빌딩 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마곡 더 랜드 파크·타워’는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섹션오피스’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오피스 빌딩 투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 42~121㎡(분양면적 기준)로 분양 규모를 나눠 개인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마곡은 위례신도시와 달리 산업과 주거의 복합단지라는 생각에 업무용 오피스 개발에 도전하게 됐다”며 “오피스는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부지가 넓어야 해 애초부터 택지 분양을 많이 받아놨다”고 말했다.
●관리까지 책임지는 시공사 설립 추진…실버복합개발사업도 이루고파
디벨로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둔 김 회장이지만 여전히 그는 새로운 일을 꿈꾸고 계획하고 있다. 우선은 ‘마곡 더랜드 파크·타워’ 사업을 통해 필요성을 느낀 오피스 관리업에 대한 고민을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직접 분양과 준공, 입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체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빌딩 관리도 사후 관리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설립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아파트를 분양해서 먹고 사는 시공사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백 년을 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그런 시공사라면 만들고 싶다”며 “고민하고 있지만, 분양 위주의 시공사는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에게도 반드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은퇴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거와 의료, 문화 등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실버복합개발사업’이 그것이다. 더 나아가 중앙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과 함께 ‘실버시티’ 개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는 “경기도 용인이나 남양주, 고양시 등이 좋은 후보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열악한 상황이지만 충분히 공부하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 김 회장이 말하는 개선점과 꿈은
“공공택지 공급방식 개선 시급 … 민관 공동개발 확대 필요”
김 회장은 국내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 중 하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공사 등 지역개발공사의 공공택지 공급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처럼 수십 곳의 계열사를 동원해 추첨 확률을 높이는 것은 공정한 경쟁에 어긋난다는 것.
김 회장은 “지금처럼 운영하려면 입찰 문턱을 아예 더 낮춰야 한다”며 “그게 안된다면 오히려 사업 실적이 미미한 계열사를 동원할 수 없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국내 디벨로퍼들과 마찬가지로 김 회장도 역시 일본의 롯폰기 힐스나 중국 상하이와 같은 대규모 민간 개발 사업을 꿈꾸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 역시 인정한다. 디벨로퍼가 민간의 사유지를 매입하기에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자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치솟는 매입과정에서 토지가격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랜드 김완식 대표 인터뷰/권욱기자
일본 롯폰기힐스는 10여 년에 걸쳐 개발사업을 완료 했지만 국내에서는 은행이든지 사업 파트너 모두가 기다려 줄 리도 없다. 그래서 그는 도심 개발의 경우 민관이 함께 개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지자체가 도심의 시유지나 공유지를 제공하고 시행사는 개발 아이디어를 제공해 함께 개발하는 모델”이라며 “땅 값이 1억 원이라면 처음에 5,000만 원을 받고 나중에 임대 수익 등으로 나머지를 받는, 땅 주인이 주주로서 참여하는 방식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해외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웠다. 그는 “꿈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소 규모의 시행사가 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어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회사의 결정권자가 시장의 흐름에만 따라서 성급하게 결정하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