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범(왼쪽부터) 올리 대표, 이동영 펀디드 대표와 이승행 미드레이트 대표가 청년 창업가의 패기로 P2P금융업계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미에서 달리기 출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주원기자
1990년대 말 서울대와 KAIST 출신 86학번이 인터넷·게임 업체를 잇따라 창업하며 업계를 주도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시대가 가고 핀테크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최근 P2P 금융 업계에서는 1983년생 최고경영자(CEO)들이 업계를 이끌고 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이승행 미드레이트 대표 겸 한국P2P금융협회장, 이동영 펀디드 대표, 김준범 올리 대표, 그리고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모두 83년생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등록된 22개 업체 중 5개 업체 대표가 83년생이다. 사내 이사까지 치면 업계에서 83년생만 10명이 넘는다. 5~6년간 대기업을 다니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고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차린 34살의 젊은 CEO들은 쉽게 친구가 됐다.
이승행 대표는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건설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오전1~2시에 퇴근하는 일이 일상이 되다 보니 “어차피 똑같이 고생하는 거 내 회사를 차려 내 회사에서 고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회사 후배와 마음이 맞아 함께 사직서를 냈다. 김준범 대표는 증권사에서 일하면서 소비자 편의보다는 수익성이 우선인 금융사 모습에 실망감을 느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인건비 등을 확 낮추면 보다 합리적인 금리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겠다 싶었다고 한다.
이들은 같은 연배여서 고민 털어놓기도 수월하다고 전한다. 최근에는 투자자를 어떻게 금융 사기로부터 보호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투자하고 싶은 사람과 대출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구조인 만큼 투자 받은 자금을 그대로 들고 ‘먹튀’하는 일도 충분히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문화에 대한 구상도 함께한다. 직원들과의 소통이 자유롭고 출퇴근 시간도 탄력적인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어떻게 자신들의 회사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일단 P2P 금융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승행 대표는 “이제 2년차에 접어드는 국내 P2P 금융 업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한국P2P금융협회의 주도 아래 차근차근 발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