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반도체 전쟁] VR·AR시장 2020년 167조…반도체 코리아, 전용생산체제 서둘러야

< 하 > 판 커지는 신규 반도체시장
VR 구현 위해선 고용량메모리 필수…3D낸드 수요↑
스마트카용 '이미지 센서 반도체' 등도 시장 커져
한국 R&D 등 투자 늘려 초반 주도권 잡아야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스마트폰으로 현실의 공간을 비출 때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몬스터(포켓몬)를 사냥하는 이 게임의 흥행에 반도체업계도 뒤에서 웃고 있다. AR게임의 ‘대박’은 AR 및 가상현실(VR) 관련 콘텐츠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이는 관련 반도체 시장의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VR 콘텐츠에는 대용량 서버가 필수적이어서 VR 콘텐츠의 흥행은 3차원(3D)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반도체의 활황으로 이어진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VR는 클라우드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용량의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며 “신규 반도체 시장이 열리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폭풍 성장’ AR·VR, 반도체 시장 판 키운다=급팽창 조짐을 보이고 있는 VR와 AR 산업은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털에 따르면 전 세계 VR와 AR 관련 시장은 올해 약 40억달러(약 4조4,600억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1,5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16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에서 ‘갤럭시S7’과 함께 VR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특히 이 행사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등장해 VR 생태계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VR와 이와 비슷한 AR 시장 확대가 빨라질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VR와 AR 시장의 확대는 일차적으로 해당 기기에서의 D램과 전원이 꺼져도 내용이 지워지지 않는 낸드플래시의 수요를 늘린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기어VR’ 같은 VR 전용기기를 통해 3D VR를 구현하려면 고용량의 메모리가 필수적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부 VR 콘텐츠들은 용량이 워낙 커 한계가 있다. 이에 ‘기어VR’의 경우 외부 메모리를 삽입할 수 있는 슬롯을 달았을 정도로 VR 콘텐츠에 메모리 용량은 중요한 문제다.

더 핵심적인 이슈는 VR용 서버 용량이다. 유튜브를 생각하면 쉽다. 전 세계에서 분당 3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려지고 있는데 이를 저장하려면 그에 걸맞은 대용량의 서버와 저장장치가 필수다. VR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360도 카메라를 통해 찍은 VR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서버에 저장하거나 전송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저장장치가 있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휴대폰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의 평균 용량만 해도 올해 28.9GB에서 2020년에는 94.3GB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반도체 시장서도 주도권 잡으려면 과감한 투자 ‘필수’=스마트카도 반도체의 영역을 크게 늘려줄 부문이다. 이미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등에 반도체가 탑재되고 있지만 앞으로 스마트카 시대가 본격화하면 반도체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D램뿐 아니라 각종 이미지센서용 반도체가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IHS는 올해 302억달러 수준인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1년에는 397억달러로 4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도 로봇을 비롯해 헬스케어와 연관된 바이오칩과 같은 신규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신사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톱’을 유지하려면 시장형성 초기단계에서 주도권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현재의 메모리반도체 제품경쟁력이 신산업 분야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전용생산체제 구축과 연구개발(R&D) 선제 투자만이 향후 확실한 경쟁력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올해 VR와 자동차 전용 반도체 라인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SK하이닉스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자율주행과 ADAS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인텔 같은 기업이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스마트카 시장이 본격화하면 자동차 업체들이 전장부품이나 배터리 조달을 계속 외부에서 할지, 직접 또는 새로운 거래선을 구축할지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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