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중국 실물경제 지표들이 잇따라 부진하게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부양책, 선강퉁(선전증시와 홍콩증시의 교차거래) 허용 등에 힘입어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10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본토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신중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지난 6월 말부터 중국의 유동성 버블 붕괴 조짐 등을 근거로 중국 본토 증시에 대해 비중축소를 투자의견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삼성증권은 중국 정부의 경기회복 대응이 빨라졌고 △이달 말 유력시 되는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편입 △본토 증시의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신흥국 지수 편입 △내년 상반기 선강퉁 허용 등 자본시장 개방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데다 시장의 각종 위험지표가 개선된다며 투자의견을 높였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경기 하강이 진행 중이며 채권시장 과열, 미국의 금리인상과 같은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있어 '신중'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며 "상하이증시의 4,000포인트 레벨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이날 지난 3·4분기 급락 원인이 된 신용청산과 환율 불안정, 경기 우려가 조정과 정책 대응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내년부터 주식투자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 역시 9월 초에 냈던 '비중확대'를 유지한다는 의견을 재확인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증시는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했다"며 "탄력 있는 반등보다는 완만한 상승이 예상되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팽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상당수 다른 증권사들은 중국 증시 상승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주식과 채권 등 금융시장 육성 의지와 각종 우호적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경기하강 압력이 거센 상황에서 섣부르게 투자 비중을 확대하기에는 위험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수확대 추천을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고 아직은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며 "최근 본토 지수가 오른 것은 상승 랠리에 대한 기대보다는 5중전회 등을 통한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단기조정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증권사들이 중국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의 중국 시장 전망에 따라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이전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변동성이 큰 시장인 만큼 당분간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상황에서 지난 6월 이후 전면 중단됐던 기업공개(IPO)가 재개되면서 혜택이 돌아갈 중국 공모주펀드가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꼽힌다. 중국 금융당국은 중단됐던 IPO를 재개해 올해 말까지 20여개 기업에 대해 기업공개를 진행하기로 했다. 박진환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기획본부장은 "20여개에 불과해 여전히 공모주 물량이 적은 편이지만 IPO가 재개된다면 공모주 펀드 수익률도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며 "대부분 채권 비중이 80% 정도인 펀드가 많아서 리스크 관리에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운용사들은 중국 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관심을 둘 만하다고 추천하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상장지수펀드 수익률도 대부분 한 달 새 20%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한국투자KINDEX중국본토레버리지CSI300상장지수(주혼-파생)(합성)'은 최근 1개월 27.36%의 성과를 올렸으며 '미래에셋TIGER차이나A레버리지상장지수(주혼-파생재간접)(합성)'과 'KB중국본토A주레버리지자(주식-파생재간접)A CLASS' 등도 2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레버리지 ETF의 경우 손실 위험도 위험 성향이 낮은 투자자들은 일반 ETF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중국 펀드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홍콩과 중국 대형주에 투자하는 상품이 적당해 보인다. 김대영 KB자산운용 부장은 "선전에 상장된 중소형 주식은 조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수준"이라며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홍콩과 상하이에 동시 투자하는 펀드나 대형주 비중이 높은 펀드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성호·김창영기자 jun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