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개인 사업자인 A씨는 최근 업무용으로 사용할 차를 사러 수입차 매장을 들렀다가 판매사원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운용 리스로 차량을 계약하면 차 값의 10%를 할인해주고 추가로 차값의 5%에 해당하는 현금을 개인 통장에 입금해주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어차피 절세 목적으로 차량을 리스로 계약하려 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현금까지 덤으로 준다고 해서 해당 딜러와 계약했다"고 말했다.
업무용 자동차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무늬만 회사차'의 과도한 비용 처리가 문제가 되는 가운데 법인 리스차를 이용한 뒷돈 '리스피'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7,000만~8,000만원대 수입차를 사면 현금 수백만원이 고객에게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판매 사원들은 리스로 계약하는 법인 고객에게 뒷돈 명목으로 별도의 현금을 리스피로 지급하고 있다.
리스피란 영업사원이 리스로 자동차를 판매할 때 이용하는 캐피털사로부터 받는 일종의 수수료다. 캐피털사는 자신들의 금융 상품을 이용한 대가로 영업사원에게 리스피를 지급한다. 과거 영업사원은 리스피를 일종의 수당처럼 가져갔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객에게 뒷돈으로 지급하고 차량 구입을 유도한다. 리스피는 리스 설정액의 6~10% 수준이다.
영업사원들이 리스피를 뒷돈으로 주는 이유는 현금 할부 판매보다 리스 판매가 수익이 더 많이 나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자동차 리스 상품의 이자율을 보면 독일 A사의 6,530만원짜리 중형세단을 계열 파이낸셜사로부터 리스로 구입할 때(보증금 30~50%, 보증 잔존가치 30~50%) 10~14% 수준이다. 할부로 구매할 때 최고 금리(10.59%)보다 더 높다.
일부 법인 고객은 영업사원이 뒷돈으로 챙겨주는 리스피를 차 값 할인에 포함해 매달 내는 리스비를 줄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인 고객은 리스피를 따로 챙기고 높은 리스비를 낸다. 리스로 차량을 구입할 때 취득 비용과 운용 비용 전액을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고객은 리스피를 더 많이 요구하고 대신 매달 내는 리스 이자를 높여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회사용 차에 대한 비용 처리에 상한선이 있다면 리스피를 차 값 할인에 포함시켜 리스 이자를 낮추려고 할 텐데 전액 경비 처리가 되다 보니 따로 현금을 받아가는 것을 선호한다"며 "법인차를 이용해 일종의 '깡'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스피 문제가 배임 및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보다 적은 비용으로 회사차를 운용할 수 있지만 그 돈을 법인장 등 개인이 따로 챙겨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례 등을 검토해 봐야 하겠지만 차량 구입 등 일정 비용을 줄일 수 있음에도 뒷돈을 받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리스피는 일종의 관행으로 고객이나 영업사원 모두 일종의 마케팅 비용으로 생각한다"며 "뒷돈이라기보다는 딜러사가 제공하는 일종의 할인 정도로 설명하고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