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세청 과잉 기업세무조사 관행에 제동 건 대법 판결

대법원이 국세청의 무분별한 세무조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최근 현대중공업이 동울산세무서를 상대로 낸 1,000억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부당한 세무조사에 의한 과세였다"고 판결했다.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은 현대중공업이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부분에 대해 2001년 일부 문제를 적발해 세금을 부과하고도 2006년 재차 조사해 법인세 1,006억원을 부과했다.


1, 2심에서는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위법한 재조사에 기초한 만큼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국세기본법은 특정 연도의 특정 세금항목을 한번 조사했으면 확실한 탈세혐의 등이 있지 않은 이상 재조사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무분별한 세무조사로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목적에서다.

법 취지상 대법 판결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세청의 부당 세무조사 논란은 이번 사례만이 아니다.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 반환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소송이 늘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무엇보다 국세청 패소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법인 등이 제기한 조세행정 소송에서 국세청 패소율은 금액 기준으로 36.2%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23.6%였다.

세수 부족을 메꾸기 위한 무리한 세무조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세무당국은 연초 업무보고 등 틈만 나면 기업 세무조사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뚜껑을 열어보면 공염불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래서야 조세행정의 신뢰가 높아지겠는가. 기업 세무조사 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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