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소폭탄 보유"선언에 중국 관람인사 격 낮추자 항의 차원 철수

北 모란봉악단 中 공연 전격 취소 왜?
김정은 옛 애인 현송월 단장에 국내외 언론 지나친 관심도 부담
해빙 조짐 북중관계 악영향 전망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만든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12일 베이징 공연을 3시간여 앞두고 돌연 공연을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정부 관련 기관을 인용해 "12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북한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악단의 공연이 무산됐다"며 "공작(업무) 측면에서 서로 간의 소통 연결에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모란봉악단이 이례적으로 공연 시작 몇 시간 전에 갑자기 취소하고 귀국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과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한의 '수소폭탄 보유' 선언과 중국 측 공연관람 인사의 '격'을 둘러싼 갈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근 수소폭탄 보유 발언을 한 뒤 중국당국이 항의 표시로 공연관람 인사를 당 정치국원(지도자급)에서 부부장급(차관급) 인사로 대폭 낮췄고 이를 보고 받은 김 제1위원장이 불만을 제기하며 모란봉악단을 전격 철수시켰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 공연단을 이끌고 방중한 최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사실상 장관급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정치국원에서 부부장급으로 3~4단계나 격을 낮췄는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연 취소 이유가 김 제1위원장의 존엄 훼손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언론이 김 제1위원장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현송월 단장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보인 점이 북한 측에서는 부담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4주기(12월17일)를 앞두고 북한이 전국에 애도 기간을 선포하면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전면 취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오늘 전국에 애도 기간을 선포하면서 노래와 춤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로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던 북중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김 제1위원장의 총애를 받는 모란봉악단의 첫 외국 공연인 이번 중국 공연을 통해 우호 관계를 전 세계에 과시하려 했으나 이번 공연 취소로 북한의 행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불신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초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은 12~14일 사흘간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중국의 당정 지도부와 북한 간부 등 2,0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공연할 예정이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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