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조인에셋투자자문 운용부문 대표
7월 세계 금융시장은 채권과 주식이 동반 강세 흐름을 보였다. 전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채권 강세의 원인이었다면 경제성장률 회복을 위한 주요국 정부의 재정 확대 기대감이 주가 강세를 주도했다. 브렉시트의 후폭풍에 따른 경기 회복 둔화 우려와 유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소비 회복세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전 세계 주식시장의 강세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원인과 대응 전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전 세계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우선 선진국 경기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노인 인구 비중 확대와 저금리 장기화로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다. 각국의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오히려 저축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경기 회복을 기대한 투자는 빛이 바래졌다. 실제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는 ‘뮤추얼 펀드’는 지수와 연동된 ‘인덱스 펀드’의 성과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요국이 세계화를 통해 공존·공생의 성장 모델에서 독자생존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점도 큰 변수 중 하나다. 선진국은 소비를 담당하고 신흥국은 제조·생산을 맡는 전통적인 역할 분담의 틀이 깨졌다. 양쪽 모두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해외로 나간 공장을 본국으로 ‘U턴’시키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주요국 정부는 화폐 약세를 유도해 기업의 수출 지원에 나섰다. 보호무역 강화 등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부터 시작해 중요한 정책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성장 한계에 부딪힌 주요국은 4차산업 혁명을 통해 산업의 틀을 바꾸고 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T)의 융합으로 나타난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등이 성장을 주도하는 반면 전통산업은 혁신 기술로 인해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패러다임은 장기적으로 변한다. 되도록 빨리 변화의 흐름을 미리 간파한 뒤 자산배분 투자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뜻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이동 흐름을 꼼꼼히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업종·종목 선택 전략을 추구하는 뮤추얼 펀드에서는 자금이 이탈하고 있지만 상장지수펀드(ETF)로는 계속해서 돈이 들어온다. ETF의 거래 수수료가 싸고 변동성이 비교적 낮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한편 배당주 투자는 안전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위험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금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산업 변화 국면에서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