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노동권의 정부 규탄에서 시작된 집회·시위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노동문제와 2000년대 의약분업, 반(反)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주제가 세분됐다가 최근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지역 주민들의 항의성 집회와 노동권의 ‘민중 총궐기’ 등 사회적 갈등으로 촉발된 대규모 집회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중재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경찰청 ‘집회·시위 통계연보’에 따르면 1980년 1월1일부터 2016년 6월30일까지 36년간 총 55만8,768건의 집회·시위가 열린 것으로 집계됐다. 36년간 거리로 나선 시민은 무려 총 7,347만3,967명에 달한다. 연평균 1만5,521건의 집회·시위에 204만명이 참여한 셈이다. 1980~1990년대에는 주로 ‘학원 민주화’와 함께 정부규탄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급격한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문제’가 화두로 떠올랐고 2000년대에는 ‘의약분업’과 ‘반 FTA’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노동계 파업’ 등으로 분화됐다. 2010년 이후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세월호 참사’ ‘사드’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집회·시위 양상은 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1980~1990년대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통계를 분석해보면 1990년대 이후 증가세가 주춤하던 집회·시위는 20년이 2010년부터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1990년대에는 총 11만88건으로 1980년대(3만3,401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줄어들던 집회·시위는 다시 2010년 8,811건에서 2013년 9,738건, 지난해는 1만1,311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불법 과격·폭력 시위에 따른 부상자도 속출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과 2006년 각각 893명과 817명이 다쳤다가 2010년 18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다 2015년 부상자가 302명으로 전년도(78명)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그만큼 집회·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과격·폭력 시위로 사회적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분석한 ‘불법폭력시위의 사회적비용과 사후책임에 대한 진단’ 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간 불법 폭력시위로 총 18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2008년 치안정책연구소는 합법시위는 한 건당 4,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과격·폭력시위가 되면 건당 무려 888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다양한 갈등에 대한 조정·중재기능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백유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사 갈등과 비정규직, 하청 문제 등으로 사회적 이슈가 복잡 다양화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여느 때보다 커졌다”며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기 전에 걸러줄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화 이후 집회·시위는 다수자의 권리가 아니라 소수의 권리로 바뀌었다”며 “집회·시위를 투쟁 수단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기획성 집회에 대한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권대경·최성욱기자 kwon@sedaily.com, 경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