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中, 석박사급 유학생 매년 40만명 귀국…혁신기업 창업 첨병으로

<1> 세계 산업지형 바꾸는 '차이나 Corp'
선전, 짝퉁공장 오명 벗고 스타트업 전진기지로
정부도 규제 풀어주자 화웨이 등 폭풍성장 일궈
거대 내수·자본·인재 무기로 新경제 드라이브

스타트업 기업들을 위한 창업지원센터와 전자부품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선전시 화창베이 전자상가. 입구를 오가는 행인들 머리 위로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다. /선전=홍병문특파원
지난 2012년 12월 중국 국가주석에 취임한 시진핑이 취임 한 달도 안 돼 첫 시찰에 나선 곳은 신경제의 심장으로 불리는 선전시다. 시 주석이 이곳에서 맨 처음 찾은 기업은 창업한 지 채 2년도 안 된 무명의 스타트업 ‘광치과학’였다.

일명 ‘아이언맨 슈트’로 불리는 개인용 비행장치를 개발하고 있던 광치과학은 미국 듀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류뤄펑이 동료 4명과 의기투합해 창업한 기업이다. 광치과학을 찾은 시 주석은 류 대표에게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성장해달라”고 주문했다.

3년 반이 지난 지금 광치과학은 시 주석의 희망대로 중국의 대표적인 신경제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류 대표는 “시 주석이 광치를 첫 방문기업으로 선택한 것은 혁신적인 기업만이 중국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광치과학 본사에서 자동차로 30분이 채 안 걸리는 시내 중심 거리에 위치한 화창베이 상가. 류뤄펑처럼 창업 성공 신화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 찬 곳이다. 한때 짝퉁 중국 전자제품의 전초기지로 불렸던 화창베이는 이제 혁신 창고로 변신해 중국 신경제의 심장인 선전을 지탱하는 하드웨어 플랫폼이자 창업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선전이 짝퉁 기지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정부 당국의 규제 완화였다. 박은균 KOTRA 선전무역관장은 “중국 정부가 2007년 휴대폰 생산허가제의 족쇄를 풀자 짝퉁 제품을 만들던 곳들이 독자 제품을 내놓으면서 샤오미 같은 브랜드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전시의 환러하이안에 위치한 DJI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직원이 고객들에게 드론 시험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선전=홍병문특파원
선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환러하이안에서는 중국 신경제의 또 다른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 기업 ‘DJI’다. 이곳에 위치한 DJI 드론 플래그십스토어에는 드론 시험비행을 지켜보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홍콩 과기대 출신 왕타오 사장이 2006년 창업한 DJI는 보급형 드론 ‘팬텀’을 2013년에 처음 선보인 후 이듬해인 2014년에만 40만대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자금과 인재들이 몰리면서 DJI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70%의 1위 드론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DJI의 성장에는 세계 2위라는 거대시장도 큰 힘이 됐다. 성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늘어나는 중국의 중산층이 중국을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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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시의 토박이 기업 화웨이는 한때 싸구려 2등 전자제품 제작사라는 오명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화웨이가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섰을 때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도 정부의 규제개혁이었다. 랴오밍중 선전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세금 문제로 화웨이가 큰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선전시 정부가 투자금에 대해 일시 면세 조치를 취한 후 수익이 났을 때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해 수십만명씩 국내외서 배출되는 두뇌들은 중국의 신성장을 이끄는 동력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기치를 내건 후 지난해 말 기준 404만명이 해외유학에 나섰으며 이 가운데 222만명이 귀국해 중국 신경제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가 최근 발간한 ‘귀국 해외유학생 취업 청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귀국한 해외유학생이 40만9,000명에 달했다. 이 중 석·박사 학위 소지자는 열 명 가운데 아홉 명꼴인 90.2%에 달한다. 외국어에 능통한 하이구이들이 외자기업에도 많이 취직했지만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연구기관에도 대거 진출해 중국 경제체질 변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덩샤오핑 개방정책 직후 해외 최우수 인재를 유치한다는 ‘백인 계획’을 세웠고 이것이 모태가 돼 2008년에는 ‘천인 계획’, 2012년 ‘만인 계획’으로 확장됐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에는 ‘중국제조(Made in China) 2025’와 ‘인터넷플러스’라는 실행계획을 내놓았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신경제 정책에 힘입어 정보기술(IT) 분야의 지난해 성장률은 6.9%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세 배를 웃도는 21%를 기록했다. 우샤오추 중국 인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해에 수십만명씩 국내외에서 배출되는 두뇌들이 중국을 첨단기술 국가로 변모시키고 있다”면서 “화웨이와 같은 첨단 IT 기업들의 고속 성장이 중국 신경제의 성장동력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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