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보다 가파른 원화 절상…당국 '1,100원 지키기' 나서나

환율 한달새 2.28% 하락 1,108원…日은 1.5% ↓
관찰대상국 지정 美 눈치보기에 원화 '나홀로 강세'
"수출 반등 힘들어진다" 당국 보고만 있진 않을 듯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원·달러 환율이 나 홀로 강세를 보이면서 1년 1개월 만에 1,110원대가 무너졌다. 아시아 주요 신흥국뿐만 아니라 안전자산 회귀 심리로 골머리를 앓았던 일본 엔화보다도 절상 폭이 가파르다. 보호무역주의와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 원·달러 환율마저 급락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2원20전 내린 1,10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6월23일(1,104원60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1년 1개월여 만에 1,100원대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원70전 내린 1,112원50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1,111~1,113원 사이를 오르내리다 오후2시께 1,110원대가 붕괴됐다. 장 마감 직전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등으로 1,110원대로 다시 올라서는가 싶었지만 결국 1,100원대에서 장을 마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국이 오늘 계속 미세조정을 들어온 것으로 보이지만 눈에 띄게는 못하고 있다”며 “1,100원대가 무너지면 외국인들이 포지션을 정리하고 업체들도 달러화를 내놓으면서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신흥국과 비교해도 원화의 강세는 유독 두드러진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41원70전으로 6월 대비 2.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화 가치는 1.50% 떨어졌을 뿐이다. △호주달러 1.64% △대만달러 0.64% △인도네시아 루피 1.70% △말레이시아 링깃 1.58% △싱가포르달러 0.24% 등과 비교해도 절상 폭이 크다. 연초 1,240원대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수직 낙하해 1,100원대를 지키는 것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이 같은 원화의 ‘나 홀로’ 강세가 ‘미국 눈치 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교역촉진법상 환율조작국 기준을 새롭게 적용해 중국·일본·독일·대만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도 6월 방한 당시 이례적으로 한국은행을 비밀리에 방문했었다. 대선을 앞둔 미국 당국 압박으로 외환 당국의 손발이 꽁꽁 묶인 상황인 셈이다.

다만 외환시장에서는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대에 근접한 만큼 앞으로는 당국이 미세조정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널뛰는 환율 변동성을 지켜보면서 ‘버퍼’를 아껴왔던 만큼 총알은 충분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미국은 올해 4월을 기준으로 과거 1년여 동안 우리 외환 당국이 외환시장에 쓴 돈을 국내총생산(GDP)의 0.2%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이 ‘GDP 대비 2% 일방향 개입’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여유가 있다.

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손 놓고 보고 있을 경우 수출의 하반기 반등이 요원해진다는 점도 정부가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의 근거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수출 물량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 결국 환율의 영향이 클 텐데 기업의 채산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환율은 정부가 두고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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