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이 오히려 펀드를 외면하는 것은 처참한 수익률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의 1년 수익률은 -2.80%다. 투자기간을 늘려보면 더 심각하다. 최근 2년 수익률은 -2.96%, 5년 수익률은 -9.90%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펀드가 오히려 은행보다도 못한 것이다. 자산운용 업계는 “최근 몇 년간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는 입장이지만 펀드매니저를 믿고 수수료까지 내면서 소중한 돈을 맡긴 투자자 입장에서 이런 수준의 성적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설정 초기 우수한 수익률로 인기를 끌어 ‘공룡펀드’로 성장한 펀드들도 ‘국민펀드’로 성장하지 못하고 고꾸라지기 일쑤다. 오죽하면 ‘공룡펀드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실제 2001년 설정된 후 2008년 설정액이 11조원을 넘어섰던 ‘미래에셋디스커버리’의 경우 최근 5년 수익률이 -26.29%로 주저앉았다. 2007년 설정돼 2011년 설정액이 2조원에 육박했던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역시 최근 5년 수익률은 -13.20%로 초라하다. 최근에도 이런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조 펀드로 성장한 ‘메리츠코리아’ 역시 지난달 29일 기준 연초 대비 수익률이 -11.34%이고 ‘KB중소형주포커스’는 같은 기간 0.27%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규모가 펀드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투자해야 할 주식의 수도 늘어나지만 투자할 만한 주식이 생각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주가 전망과 유동성이 모두 좋은 종목을 고르다 보면 몇몇 종목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수익률이 소수 종목의 주가에 좌우되는 경향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국민들의 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공모펀드시장이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 공모펀드는 다른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적은 금액으로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엔트리 상품’이어서 금융투자상품 중 가장 대중적이다. 많은 고객이 펀드투자를 통해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경험을 하면 다른 금융투자상품 투자로도 이어질 수 있다.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자산운용사의 투자 전문성도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에 등록된 공모펀드 수는 3,672개인 반면 펀드매니저 수는 577명이다. 단순 평균으로만 계산해도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6개 이상의 펀드를 맡고 있는 셈이다. 김 실장은 “자산운용 업계는 전반적으로 근속연수가 짧고 공모펀드 수에 비해 펀드매니저도 매우 적다”며 “펀드매니저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아 시장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펀드 운용의 투명성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펀드가 어떤 벤치마크를 추종하는지, 벤치마크 수익률을 밑돌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투자에 실패한 펀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운용사만 알고 있는 정보들을 투자자에게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펀드가 추종하는 벤치마크만 알아도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수익률을 스스로 어느 정도 전망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가 벤치마크와 추적 오차를 감안해 투자자들에게 미래수익률 전망치를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