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대상을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로 넓히고 매각지분도 인수자 입맛에 맞춰 탄력적으로 바꿀 방침이다.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매각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은 중국의 푸싱그룹과 안방보험을 비롯해 대만·일본 등 금융회사에 투자제안서를 발송했다. 그동안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HMC투자증권·사모투자펀드(PEF) 등 국내 기업들 중심으로 물색해왔던 인수후보를 해외로까지 넓힌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 기업들은 자금이 풍부하고 일본 기업들은 환차익을 노려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기업들은 증권사보다 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더 크기 때문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실성을 모를 리 없는데도 해외에 인수의사를 타진하는 것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이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010620)을 통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의 장부가격은 8,261억원이다.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이 매물로 여럿 등장해 있다는 점,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등을 감안하면 4,000억~5,000억원 내외에서 인수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매각 측은 이외에도 분할매각도 고려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조건만 맞으면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하고 실사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후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EY한영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지분 전량(85.32%)을 매각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 ‘50%+1주’를 먼저 팔 의향도 있다”며 “프라이빗 딜로 진행되는 만큼 인수의사를 타진하는 후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 연내에 매각을 마무리 짓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